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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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핵심은 ‘당사자주의’···법제화 시 당사자 배제 우려”
찬성 “기준은 추후 논의 가능···법제화 시 지원 활로 열려”
현장 “발달장애인계 목소리 경청 필요”
지난 11일 오후,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소란이 났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비롯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장애인 단체들이 역사 한켠을 점거해 기습 시위를 벌이면서다.
이들은 역사 벽면에 ‘IL센터에서 중증장애인을 배제시키는 계묘늑약 거부한다’, ‘(개정안의) 법안소위 날치기 통과 규탄한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을 해고한다’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붙이며 시위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자와 역무원 간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한자연)를 중심으로 한 IL(Independent Living, 장애인 자립생활)계의 숙원사업이다. 현행법에서 IL센터는 장애인복지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센터 운영 및 관리, 재정지원 등에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IL센터가 법제화되면 재정지원의 근거가 생길뿐더러 이로 인해 서비스 질 또한 크게 향상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를 필두로 하는 반대 측에선 ‘당사자주의(장애 관련 문제 해결에 장애인 스스로 주체가 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들은 비장애인 중심의 운영·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법령에 IL센터가 편입될 시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센터 설립과 운영, 참여 장벽을 상승시켜 중증장애인 배제 경향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장연 측은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IL센터는 당사자성과 고유성을 가지고 (장애인) 당사자가 당사자를 지원하는 기관”이라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IL센터가 법제화되면 시설에서 요구하는 전문적인 자격 기준을 (현재 장애인 활동가들이) 갖춰야 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IL센터 활동에서 배제될 수 있어) 계속 반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IL센터가 전국에 250~60개 정도 되는데 70% 정도의 센터들이 (IL센터 법제화를) 10여 년 전부터 계속 요구해왔다”며 “현재 IL센터 중 정부 지원을 받는 센터가 70여개 밖에 안 되는데, 법제화가 되면 국고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활로도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나, 구체적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의 접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현장 전문가는 “초기 IL센터 주축이었던 뇌병변이나 지체장애인들은 어느 정도 자립이 이뤄졌다고 보는 게 맞고, 현재 IL센터를 찾는 수요층은 대부분 발달장애인일 것”이라며 개정안 논의에 있어 발달장애인계의 목소리를 좀 더 경청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또 “현재 IL센터들이 보조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운영 자체가 힘든 건 사실이지만, 법제화가 된다고 하면 IL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누가 될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며 “모든 발달장애인들을 아우를 수 있는 복지시설이 돼야지, 단순히 몇 명을 위한 IL센터가 되어 보조금을 받고 혜택을 받게된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해당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반대 측은 개정안이 저지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향후 더 큰 진통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인 합의 도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