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출국 비행편에 탑승하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출국 비행편에 탑승하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곧 귀국을 앞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북한 비핵화를 위해 미 당국이 아무런 실질적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12일(현지시간) 이 전 총리는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열린 김대중(DJ) 기념 연례 강좌 초청연사로 나선 강연을 통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취임 후 2년여간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스무번이나 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겠다고 몇 차례 재확인했지만, 아무런 실질적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이는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이 전 총리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선 “제재 일변도로 가는 건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역효과도 낳고 있다”며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 리드레싱(redressing)을 생각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실패한 원인으로 ▲북한 체제의 생존 욕구 무시 ▲북한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곧 붕괴할 것이라 오판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등 압박 효과 과신 ▲정권에 따라 북한 정책이 오락가락하며 일관성 상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 하다가 안 되면 협상을 깨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함정에 빠진 것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모든 것의 시작은 대화 재개에 있다”며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어떤 접근점이 발견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전 총리는 대한민국의 보수 정당을 두고 진보 정당이라 할지라도 정책을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촉구했다.

그는 “(여당이) 반대 정당 정책도 받아들이고, 국가를 통일의 길에 올려놓은 독일 헬무트 콜 총리 같은 정치가가 한국 보수 정당에서 나오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서독의 사민당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 정책을 기민당 콜 총리가 이어받았다”면서 “하지만 한국에선 민주당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포용 정책을 보수 정부들이 뒤집었다”고 여당에 비판적인 의견을 전했다.

한편, 이낙연 전 총리는 오는 24일 귀국할 예정을 발표했다.

특히 최근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 이 전 총리의 귀국으로 갈등이 격화될 조짐이 보인다.

이미 계파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반명(反明)과 비명, 친문(친문재인), 친낙(친이낙연) 등으로 갈라진 야권의 비주류를 이 전 총리를 구심점으로 결집하면 이재명 대표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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