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장관 ‘민주당 20명 돈 봉투’ 발언, 野 반발 심리 불러온 듯
한동훈 “민주당의 방탄에 국민들께서 모욕감 느끼실 것”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윤관석, 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설명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윤관석, 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설명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이태훈 기자 |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제안설명이 설왕설래를 낳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체포동의안 부결에 한 장관의 도발적 발언이 작용했다고 보는 반면, 국민의힘은 지금껏 모든 체포동의안 부결 원인은 이재명 대표 방탄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연루돼 민주당을 탈당한 윤·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졌다. 전당대회 관련 의혹 외에도 최근 민주당이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기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만큼, 이번만큼은 민주당도 여론을 의식해 체포동의안을 가결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표결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윤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총 293표 중 찬성 139표, 반대 145표, 기권 9표로,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찬성 132표, 반대 155표, 기권 6표로 부결됐다. 지난 2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반대표(138표)보다 더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민주당 내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된 탓도 있지만, 한 장관의 체포동의안 제안설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한 장관은 제포동의안 제안설명에서 “논리 필연적으로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국회의원이 여기 있고, 표결에도 참여하게 된다”며 “돈 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돈 봉투) 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공정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 20명이 돈 봉투를 받았다고 ‘확언’한 한 장관의 발언은 민주당 의원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고, 이는 결과적으로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어졌다. 민주당 내에선 ‘한 장관이 우리더러 부결하라고 약을 올린다고 느껴질 정도’라고 분노했다는 후문.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무소속 윤관석 의원을 지나치고 있다. 윤관석 의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진행되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인사를 했다. 사진=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무소속 윤관석 의원을 지나치고 있다. 윤관석 의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진행되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인사를 했다. 사진=뉴시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표결 직후 “(한 장관이) 우리 당을 범죄집단으로 매도하는데 상당히 모욕적이었다는 의원들이 있었다”면서 “정치적으로 계산된 발언이 많은 의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오늘(1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서도 “(한 장관이) 계획된 정치적 발언을 했다”며 “방탄이란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었고, 이를 의도적으로 자극하고 만들어 낸 게 법무부와 장관”이라고 꼬집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 장관이 (돈 봉투를 받은) ‘문제의 스무 명이 과연 투표에 참여하는 게 맞냐’는 말을 했는데 이게 불을 지른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이 (체포동의안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계산된 도발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체포동의안 부결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방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인한 과거 체포동의안 부결, 그것이 이미 민주당의 도덕불감증을 만연시킨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그런 것에 따른 체포동의안 부결이 모든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이 부결을 노리고 일부러 자극적인 발언을 했다는 민주당의 지적에 대해서는 ”정치인의 지나친 음모론적 해석“이라며 ”지나치게 한 장관의 정치적 감각을 높게 평가하는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한 장관은 어제 표결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 (체포동의안) 설명 때문에 민주당이 모욕감을 느껴 ‘방탄’한 것이라는 취지로 민주당 대변인이 말씀하신 것 같은데, 오히려 민주당의 거듭된 방탄에 국민들께서 모욕감을 느끼실 것”이라며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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