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겸한 환경보호 취지에 공감 확산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폭우와 가뭄, 대형산불이 잦아지고 해수면이 올라가는 등 자연재해가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올봄 국내에서 가뭄으로 산불이 빈발하더니 최근 캐나다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 북미지역에 최악의 대기 오염을 불러왔다. 탄소배출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늦추고 비닐과 플라스틱 제품 등 폐기물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제사회와 기업 경영의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기업 경영의 성적을 매기는 대표적인 지표로 재무제표가 있다. 기업 가치를 돈벌이 중심으로 판단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비재무적인 가치를 따지는 ESG경영도 최근 재무 성적에 못지않은 관심을 끌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앞 글자를 조합한 용어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요소를 뜻한다. 환경 측면에서 보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배출 저감과 환경오염을 줄이는 자원 및 폐기물관리, 에너지 효율을 중시하는 경영이다. 시급한 현실로 다가온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를 걱정하는 소비자들 역시 경제활동에서 환경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시장에서 상품을 매입할 때 기업의 ESG 가치를 진지하게 고려하게 되고 스스로 환경보호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적극성을 보인다. 소비자 본인은 물론 자녀 시대까지 삶의 미래를 고려하는 당연한 변화다.
 
100세 시대가 열리면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 국민 대부분이 걷기와 달리기 등 신체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미세먼지 등 대기 환경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나이 든 친구들 사이에서는 ‘누죽걸산(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이라는 우스개 조어가 나돌 정도로 걷기 열풍이 대단하다. 플로깅(plogging)은 영어의 조깅(jogging)과 이삭을 줍는다(plocka upp)는 스웨덴어가 합성된 말이다.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주워 환경보호에 앞장서자는 취지로 수년 전 스웨덴에서 시작, 북유럽을 중심으로 널리 확산했다고 한다. 쓰레기를 줍기 위한 동작이 하체근육을 강화하는 스쿼드 자세와 비슷해 단순한 달리기보다 운동 효과가 높고 환경보호에도 일조한다는 취지에서 호응이 뜨겁다. 조깅뿐 아니라 걷기(walking)나 하이킹(hiking)과 결합해 플로킹(ploking)이라는 조어도 후속으로 나왔다. 국립국어원은 플로깅을 우리말로 ‘쓰담 달리기’라 한다.
 
쓰레기 줍기는 어느 정도의 속도 유지를 필요로 하는 조깅에 비해 쉽게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걷기에 더욱 적합해 보인다. 새벽 산책에 나섰다가 주위를 살펴보면 지하철역과 건물 입구 등 보도에서 각종 전단지와 쓰레기를 의외로 많이 볼 수 있다. 전단지는 주로 야간에 몰래 뿌려져 청소하기 쉽지 않다. 성을 노골적으로 상품화한 문구와 사진으로 유흥업소를 선전하는 낯뜨거운 내용이 대부분이다. 등굣길까지 가리지 않고 마구 뿌려져 교육환경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진공청소기처럼 종이 전단지를 수거하는 특수장비를 구입해 운용하고 있지만 도로 곳곳에 덕지덕지 널려 있어 청소에도 한계가 있다. 장비와 인력 운용에 적지 않은 세금이 들어간다. 산책하면서 쓰레기 줍기를 겸한 플로깅이 훨씬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운동하면서 거주지 주변의 전단지나 생활 쓰레기를 치우자는 캠페인은 이미 지자체와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올들어 충북 충주노인복지관과 시니어클럽이 전단지 및 쓰레기 치우기에 나섰고 경북 안동 등 여러 지역에서도 비슷한 환경정비 활동이 벌어졌다. 선정적인 전단지 살포가 만연한 서울 강남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지역 청년들이 나서 얼마 전 학동역과 신사역 일대 등을 대상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플로깅 봉사활동을 했다.
 
봉투 비치, 수집장소 준비해야

 
도심과 거주지 주변 치우기는 과시형 행사가 아니라 매일 아침 산책하듯 누구나 쉽게 참여하는 시민운동으로 정착해야 꾸준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나서 플로깅을 접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여론을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잘 정비된 산책로 주변에 반려견의 배설물 수거용 비닐봉투를 준비한 것처럼 플로깅에 쓸 봉투를 고정된 장소에 비치하고 시민에게 안내해 줘야 한다. 또 전단지 등을 채운 봉투를 받아주는 쓰레기통이나 수집장소를 여러 곳에 설치해 처리를 원활하게 해주는 준비가 요망된다.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공원과 정비된 산책로 주변뿐 아니라 지자체의 준비와 시민단체의 호응으로 이면도로와 일반 보도까지 깨끗한 환경을 만들면 선진국형 민·관 협력의 모범을 기대할 수 있다. 플로깅이 확산될 때 도시와 주변 여건은 더욱 깨끗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절약과 탄소배출 축소 등 환경보호를 위한 캠페인에 추진력을 더할 수 있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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