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내로남불’ 정치권....기본 성실함 인성 배양을

▲ 류석호 교수
▲ 류석호 교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찜통더위가 전국을 덮친 데 이어 또다시 전국에 장맛비, 그리고 다시 폭염이 기승을 부릴 거란 기상 예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후텁지근한 날씨로 불쾌지수가 여간 아니다.

올 여름은 기후 변화에 따른 엘니뇨 현상 등으로 전례없는 역대급 폭염과 장마가 오래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여기에 여름철 보양식 등 물가마저 크게 올라 서민들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2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의 '참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 5월 서울 소재 음식점의 삼계탕 가격은 평균 1만6423원이다. 지난해 같은 달(1만4577원)에 비해 12.7% 상승했다.

이런 국민들의 어려운 사정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있으니 바로 ‘대한민국 정치권’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지난 30일 본회의 도중 지인과 일본 북해도 여행 관련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밀어붙인 날, 국회부의장이 본회의 도중 사적인 대화를 나눈 것.

한 언론이 공개한 김 부의장의 휴대전화 화면 사진에는 "체류 기간이 짧으시기 때문에 너무 동쪽 보다는 아사히카와 비에이, 후라노, 오비히로 이런 정도 지역이면 한국인이 많이 없이 치실수 있고…"라는 내용의 상대방이 보낸 문자 메시지가 보였다.

이에 김 부의장은 "7월 18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홋카이도 가이드께서 가능하다고 하니 비용을 보내달라고 해봐"라고 답장을 보냈다.

당장 여당에선 "그렇게나 죽창가를 부르고 오염수 괴담을 퍼 나르며 반일감정을 자극해 국민에게는 일본은 상종도 하면 안 되는 국가처럼 만들더니, 정작 자신은 어떻게 일본 여행의 단꿈에 젖어 있을 수 있느냐"며 “국회부의장을 당장 내려놓으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역도 영웅 장미란 용인대 교수(39)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임명되자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극렬 지지자들이 악플 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도 국민들을 짜증나게 한다.
‘윤석열 부역자’, ‘친일파 전향’ 등 정파적 비난을 넘어 ‘“역도 선수가 뭘 안다고” “운동 선수가 뇌까지 챙기며 살긴 어렵다” 등 스포츠를 비하하는 인신 공격성 글이 쏟아진 것.

문재인 정권에서 2019년 임명한 최윤희 전 문체부 차관 역시 운동선수(아시안게임 수영 3관왕) 출신인데 말이다. 당시 민주당은 “행정과 현장 경험을 두루 겸비했다”고 했었다.

여야 당 대표의 막말도 도를 넘었다. 더위를 먹었나 의심할 정도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지난 1일 울산시당 워크숍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것과 관련해, “민주당이 마약에 도취됐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쿠데타를 통해 집권했다는 민주당 윤영찬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이미 제정신을 잃은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막말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하는 여당 대표의 막말에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어떻게 이태원 참사 "진상을 덮기에 급급한 여당이 야당을 보고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한다'니 정말 파렴치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2일 김기현 대표에게 '막말에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을 향해 "더 늦기 전에 대국민 사과와 함께 직을 내려놓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신주호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권 수석대변인을 향해 "여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제정신이냐는 논평을 내놨던데 도대체 무슨 염치로 그런 인신공격을 자행하는 것인가"라고 밝혔다.

이어 신 부대변인은 권 수석대변인이 지난달 5일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향해 '부하를 다 죽인 함장이 무슨 낯짝으로' 등의 발언을 한 것을 언급하며 "망발은 그 책임을 더욱 엄중히 물어야 마땅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야말로 제정신이라면, 천안함 생존 장병에 대한 막말을 한 사람을 수석대변인직에서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부대변인은 "정당한 선거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에 대해 쿠데타로 집권했다느니, 전 정권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다느니 하는 망언을 내뱉는 행태야말로 개딸이라는 마약에 취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 아닌가"라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지난 30일 한 방송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틀전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에서 '반국가세력' 발언을 한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이분은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쿠데타를 통해서, 검찰개혁을 반대하면서 조국 수사를 해 대통령이 됐다"며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들은 체제 정당성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걸 이데올로기화하는 습성이 있다. 자신을 정당화해야 하고 이전 정부를 부인해야 되기에 이런 극단적인 발언이 나왔다"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윤영찬 의원의 '사실상 쿠데타' 발언을 "법치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대선 불복"으로 규정, 국회 윤리위원회 회부 등 모든 수단을 강구키로 했다.

윤 의원은 여권 반발에 대해 "군사적 쿠데타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비유적인 표현을 쓴 것으로 검찰총장을 중간에 그만두고 정치인으로 변신한 것을 쿠데타 과정(에 비유한 것일 뿐)"이라며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맞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대통령이 무서워지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민주주의는 저절로 만들어지지도 않고, 가만히 있다고 해서 지켜지지도 않는다"며 "피를 흘려서, 땀을 흘려서, 목숨을 바쳐서 만들어왔던 것처럼 목숨 바치고 다시 이웃과 손잡고 동료와 손잡고 치열하게 싸워야 지켜질 수 있는 거다. 함께 싸우겠습니까, 여러분?"이라고 결사 항쟁을 촉구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이제 다시 일어설 때가 됐다"며 "어떠한 역사적인 거대한 변화도, 어떠한 권력자가 아니라 바로 한 명 한 명의 국민들이, 민중들이 나서서 만든 거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도, 후퇴하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도, 침탈 당한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도 결국엔 국민들이 나서서 할 일"이라며 거듭 전면적 투쟁을 호소했다.

최근 정치권의 막말 공방과 내로남불 행태를 보면서 최근 새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먼저 인간이 되라”는 말이 오버랩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그 말의 직접적 계기는 성추행이 드러나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미화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7월 중 개봉한다는 예고였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추모도 좋고 예술도 좋은데 먼저 인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개탄한 뒤로, ‘인간의 기본’마저 내팽개친 행태를 지적하는 표현으로 부쩍 자주 사용된다. 박 전 시장 언행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 조사한 결론도, 법원 판단도 ‘성희롱’이었다. 그런데도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 박 전 시장을 피해자로 둔갑시킨 영화를 만들어 상영하려고 하는 2차 가해 행태를 두고, 류 의원이 질타한 것. 해괴한 조어 ‘피해 호소인’으로 2차 가해를 했으면서, 그 다큐에 침묵으로 동조하는 민주당 의원들도 포함된다.

얼마 전 주요 여론업체 네 곳이 공동으로 수행한 국가기관별 신뢰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81% 정도가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요즘 국회를 보면 차라리 AI에 맡기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반응은 국회의 위상을 잘 보여 준다. 국회에 대한 불만이 이 정도라면 바다가 배를 뒤엎는 수준이다.

국회와 국회의원이 신뢰를 잃은 건 헌법적 의무는 망각하고 국가 이익보다 그저 편향적 정쟁과 권력에 취해 불나비 같은 존재로 전락한 모습으로 국민의 눈에 비치기 때문이다.

부끄러움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기본적인 요소다. 부끄러움을 알면 개과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면 금수와 다를 바 없다. 정치는 인간적 경륜과 사회적 경험을 두루 갖춘 후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와 헌신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 선현들의 근엄한 경책(警策)이다.

이런 정치권의 짜증나는 상황과 대비되는 것이 손흥민(30·토트넘) 스토리다.

'잉글랜드 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021~2022시즌 득점왕’에 빛나는 손흥민은 단순히 기량만 월드클래스가 아니다.

인성(人性)과 품격(品格)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있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스포츠 매체 ESPN'은 지난 22일 "손흥민이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알 이티하드로부터 매 시즌 3000만 유로(약 420억원) 수준의 연봉이 포함된 4년 계약을 제안받았다"며 "알 이티하드는 손흥민의 영입을 위해 6000만 유로(약 841억원)에 이르는 추가적인 보너스까지 준비했다"고 전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천문학적인 자금력을 동원해 유럽 무대에서 이름을 떨친 정상급 선수들을 유혹하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를 시작으로 카림 벤제마(35), 은골로 캉테(31), 후벵 네베스(26) 등 유럽 슈퍼 스타들이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스타‘인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타이틀까지 갖고 있는 세계적인 선수이기에 영입 조건을 충족시켰다. 알 이티하드가 제시한 3000만 유로는 현재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받는 연봉으로 알려진 1090만 파운드(약 179억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때문에 사우디 구단은 손흥민이 흔들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그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손흥민은 단칼에 제안을 거절했다.

손흥민은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기)성용이 형이 대표팀 주장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고 했지 않나. 지금은 나도 돈은 중요하지 않다. 축구에 대한 자부심, 내가 좋아하는 리그에서 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직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다수 영국 언론들은 이를 번역해 전하며 손흥민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발언은 유럽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현역 시절 발렌시아, 비야레알, 뉴캐슬, 리버풀 등에서 활약했던 스페인 출신 축구전문가 호세 엔리케는 SNS를 통해 "나는 손흥민을 존경한다"라며 손흥민이 했던 말을 그래픽으로 담아 첨부했다.

손흥민 사진과 함께 '손흥민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이 제기된 후 자신은 돈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라는 자막이 달렸다.

엔리케는 손흥민의 순수한 열정에 감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돈보다는 유럽 최고의 리그에서 뛰는 자부심을 지키겠다는 열정이다.

토트넘 유스 출신으로 손흥민과 함께 선수로 뛴 데 이어 지도자로 연을 이어가고 있는 라이언 메이슨 코치(32)는 "손흥민은 정말 환상적인 선수다. 많은 이들에게 정말 모범이 되는 이다. 그의 됨됨이나 인성, 사람 자체가 정말 최고 중에 최고다. 그가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기도 전부터 그는 이미 최고인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흥민의 ‘월드클래스 인성’이 영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지난해 6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2-0 승리를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칠레 선수들의 다툼을 중재하는 ‘해결사’로 나선 것. 경기가 풀리지 않자 하프라인 인근에서 칠레의 파울로 디아스(리버플레이트)와 벤자민 쿠스체비치(파우메이라스)가 서로에게 화를 내며 말다툼에 이어 어깨로 몸을 부딪히는 ‘어깨빵’도 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손흥민이 끼어들어 둘을 갈라 놓았다. 손흥민은 한 선수를 손으로 밀어냈고, 다른 선수를 손으로 붙잡았다.

영국 매체 스포츠바이블은 “겸손한 손흥민은 두 명의 칠레 선수가 싸우는 것을 막아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상대팀 손흥민이 평화유지군 역할을 했다. 손흥민이 연속해서 그들을 밀어냈다”고 전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손흥민이 칠레 선수들이 말다툼을 벌이자 전문성과 리더십을 보여줬다. 평화유지군 역할을 맡아 칠레 선수들을 밀어냈다”며 “소셜미디어에 손흥민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명되어야 한다는 농담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런 손흥민의 인성과 품격은 아버지의 훌륭한 가르침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인 셈이다.

손흥민(30·토트넘)을 세계 정상급 축구선수로 키워낸 축구지도자인 아버지 손웅정(61)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좋은 축구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기본기(基本技)이며 공을 잘 차기 전에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려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훌륭한 인성을 갖추고 인생을 겸손과 감사, 성실함으로 대할 줄 알아야 한다. 축구를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먼저 인성이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축구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교만할 수 없다. 네덜란드 축구 영웅 요한 크루이프도 자서전에서 ‘내가 만난 월드클래스 선수 중 인성이 나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말 극도로 긴장된, 아주 짧은 순간에 이상적인 판단을 내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럴 때는 훈련을 통해서 몸에 배어있는 동작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기본기 훈련이 중요하다.

축구 경기에서 선수는 그때마다 경쟁 속에서도 존중과 존경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축구의 묘미고, 축구가 아름다운 스포츠인 이유다. 서로가 보호해줘야 한다.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신속하게 판단하되,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공만 잘 찬다고 좋은 선수는 아니다.”

축구 실력에 대해서는 '기본기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손흥민은 아주 오랜 시간 기본기 훈련에 집중했다. 축구에서 모든 건 기본기에서 나온다"며 "경기에서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려면 패스, 드리블, 헤딩, 슈팅을 정확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서 어릴 때 익힌 동작이 반사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이미 늦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기본기를 배우는 데 7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본질과 원리에서 축구와 정치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치권이 제발 손웅정-흥민 부자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한 귀로 흘려듣지 말고 반성과 분발의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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