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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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가 지난달 20일 총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주주들의 볼멘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증자로 조달된 자금 중 66.7% 상당은 채무 상환에 투입되는데, 지난 2020년부터 이어지는 본사의 영업손실을 메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122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CGV는 코로나 시국때 OTT 급성장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겪으면서 2020년 3887억원, 2021년 2414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업계에서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극장 산업이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졌지만, ‘생존책’으로 택한 티켓값 인상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악수가 됐다.
결국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2년에도 CGV는 76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올해는 한 분기에만 14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벼랑 끝에 내몰렸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갑작스럽게 발표된 유상증자는 주가 마저 곤두박질 치게 만들었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CGV주가는 3거래일 만에 1만4500원에서 9950원까지 급락했으며, 최근에는 9300원까지 떨어져 ‘조조티켓’ 보다 싸다는 오명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증자로 인한 기업의 주가 급락이 시장에서 크게 우려할 만한 이벤트는 아니다. 통상 유상증자 발표 직후에는 지분 가치 희석 효과로 해당 기업의 주가가 흔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그간 유상증자를 진행했던 대다수 기업들은 주주가치 제고안을 함께 발표하며 주주들을 달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 23일 유상증자를 발표한 SK이노베이션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SK이노는 유상증자 발표와 함께 김준 부회장의 주주서한에서 주식교환 권한 부여, 구주매출을 통한 특별배당,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가치 제고안을 검토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CGV의 유상증자는 이런 부분과는 다소 달랐다.
지분 가치 희석의 몫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주주들을 위한 보호 방안은 부재했으며, IR 자료에 명시된 수익 개선안도 ‘누적절감 금융비용, 미래 신사업 투자 활용’이라는 한 문장에 그쳐 있었다.
회사가 밝힌 신사업 투자 계획안조차도 ‘특별관 신사업 확대’라는 단어로만 적혀있어, 구체적으로 투자자들이 신기술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이에 CGV 주주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유상증자 발표 이전에 주주가치 제고안을 밝혀야 했다는 쓴소리가 나오지만, CGV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B2C 기업임에도 개인 투자자들에게 불친절한 이같은 태도는, 주주들을 외면하는 ‘배째라식’ 유상증자의 안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 이는 CGV가 앞으로 진행할 미래 사업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CGV는 비슷한 시기 유상증자를 발표한 타 기업들을 보며, 왜 유독 본사의 사례에만 투자자들이 분노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신뢰를 저버린 기업에게 소비자들은 더이상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지금 CGV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주주들과의 신뢰 회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