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새만금 잼버리에 참석한 전 세계 153개국 3만6000여명의 청소년들이 더위와 악취 벌레 등 극심한 고통 속에 야영 중이었다.

이때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은 대회 준비 소홀 책임 공방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무총리가 현장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며 불편 해소에 동분서주했고, 군산 시민들은 꽃게 냉동차를 동원해 얼음물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며 “어른들이 미안해”라고 했다.
 
여당인 국민의 힘은 물론이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대회 준비를 잘못한 것이 상대방 잘못이라며 ‘네탓 공방’에만 몰두했다.
 
그 시간에 여 야 국회의원들도 현장에 나가 팔 걷어붙이고 아이들 불편 덜어주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대회가 끝난 뒤 잘잘못을 따지고, 개선 대책을 마련해도 늦지 않을 일이다.
 
‘어른들이 미안해’(시민), ‘네탓 공방’ (정치인)
 
여 야 정치인들은 국가 사회가 힘든 일에 부닥쳤을 때 우선 힘 모아 대처하는데 몰두하기보다 저급(低級) 저질(低質) 정쟁에 주력하는 부끄러운 민낯을 보였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잼버리가 아니라 세계적인 걱정거리가 됐다”며 “축제가 아니라 생존게임이 됐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손대는 일마다 최악의 상황에 빠진다”고 질타했다.
 
이에 뒤질세라 국민의힘 측은 “잼버리를 유치한 것은 문재인 정부고, 준비를 하는 일 대부분도 문 정부 때”라며 준비 소홀을 전(前)정권 탓으로 돌렸다.
 
대회 유치부터 준비, 운영 과정에 전 현 정권 모두가 관여한 만큼 상대방만 탓을 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좋게 보일 리 없다.

3류 정치인, 위대한 시민정신
 
새만금이 잼버리대회 후보지로 선정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9월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8월 개최지로 확정됐고 이때부터 기반 시설 공사 등 준비작업이 시작됐다. 행사를 개최하고 운영하는 일은 윤석열 정부다.
 
이렇게 볼 때 행사의 파행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는 국민들이 판단하면 된다. 스스로 발뺌한다고 면책되는 게 아니다.
 
여 야를 막론하고 전 국민이 나서서 단합된 힘으로 대회가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멋진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좋은 경험’을 할 수있도록 힘을 모았어야 했다.
 
책임을 따지는 건 대회가 끝나고 해도 늦지 않다. 참가 청소년들이 발전된, 성숙한 코리아 이미지를 갖고 돌아가도록 했어야 한다.
 
수준 낮은 3류 4류 정치인들과는 달리 민간이 보여준 지원과 봉사는 이번에도 빛을 발휘했다.
 
숨 쉬기 조차 힘든 더위에도 불구하고 대회 참가자들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발 벚고 나선 자원봉사자들, 온갖 물자를 긴급하게 지원해준 기업들, 기숙사와 연수시설 등을 제공한 종교단체와 학교 기업들 모두가 대회의 큰 기여자 들이다.
 
사회가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면피(免避)에 급급하며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인들, 그러나 그들의 반대편엔 우리의 위대한 국민이 있어 다행이다.
 
대한민국의 저력은 여기에서 나온다. 그리고 저급 저질 국회의원들(전부는 아니지만)이 우리의 대표라는 게 무척 부끄럽다는 사실을 이번에도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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