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콘텐츠 유료화에 반발, 결국 분쟁조정 개시

-가입자 “분쟁조정 신청자에게 상품권·현금 지급”-
-하나로텔 “상품권이나 현금, 지급한 적 없다”-

가입 당시 무료시청이 가능했던 MBC의 방송 콘텐츠를 지난 1월 가입자들의 동의 없이 유료화해 불만을 샀던 '하나TV'가 끝내 집단분쟁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24일 하나TV 가입자들이 하나로텔레콤을 상대로 하나TV의 MBC 방송 유료화에 반발해 제기한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비자원은 조정절차가 시작되는 24일부터 2주간 홈페이지와 일간지 광고를 통해 동일한 피해를 입은 하나TV 이용자를 공개적으로 추가 모집한 후 이들을 대상으로 보상절차를 진행한다.

◆소비자 분쟁조정, 이유는? =

이번 하나로텔레콤과 하나TV 가입자간 분쟁의 발단은 지난 1월 하나TV 가입 당시 무료로 시청이 가능했던 MBC 방송 콘텐츠를 하나로텔레콤 측에서 일방적으로 유료로 전환하면서 시작됐다.

하나로텔레콤은 지난 1월 15일 이전까지만 해도 'MBC, KBS, SBS 등 모든 지상파방송을 12시간이 지난 다음부터 무료로 볼 수 있다'고 홍보하며 가입자를 모집했었다.

그러나 하나로텔레콤은 MBC와의 재계약을 통해 올해 1월 15일부터 MBC 콘텐츠를 편당 500원의 이용료를 받는 유료로 전환하고 본방송 후 12시간 경과 후 무료시청이 가능했던 서비스도 7일이후로 늦춰져야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이에 하나TV 가입자들 200여명은 녹색소비자연대(녹소연)를 통해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낸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번 집단분쟁조정을 통해 하나TV측에 '계약기간 동안 가입당시 약속했던 본 방송 후 12시간 이후 무료시청 유지', '해지시 조건없이 위약금 면제', '하나TV를 해지해도 약속된 결합상품에 적용된 할인율 유지' 등을 전체 가입자에게 동등하게 적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나TV, 현금 15만원 지급약속” =

한편, 녹소연에 집단분쟁조정을 제기했던 200여명이 넘는 하나TV 가입자들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이들은 50명이 채 안 된다.

이에 대해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낸 이들 중 한 명인 박종인씨(27, 경기 화성)는 “하나TV측이 분쟁조정을 신청한 가입자들을 상품권 등으로 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우리들이 네이버 등 인터넷에 카페를 개설해 하나TV 가입 피해자들을 모으고 녹색소비자연대에도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등 집단행동을 하자 하나TV측에서 '위약금을 물지 않더라도 가입상품을 해지해주겠다' '해지 안하면 위약금만큼 상품권을 지급하겠다' 등등의 방법으로 가입자들을 회유해 집단분쟁조정에서 발을 빼도록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나한테도 그런 연락이 왔는데, 처음에는 고객만족팀 직원에게서 연락이 와 앞서 말한 내용으로 설득을 했고 이에 응하지 않자 팀장도 연락을 해왔다”면서 “그 동안 가입을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물어야한다'며 조건 없이는 해지를 안 해 주더니 문제가 발생하자 이렇게 나오는 모습을 보고 괘씸한 생각이 들어 그들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나 말고도 카페 회원들 중 이들의 회유를 받고 가입을 해지하거나 상품권을 받은 사람이 여럿 있다”며 “이들 중 일부는 '해지에 관계없이 상품권을 지급하고 6월까지 가입 유지한 뒤 그때 해지해도 위약금은 안 물어도 된다'는 하나TV의 권유를 뿌리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박종인씨의 말처럼 지난 1월 MBC 콘텐츠 유료화 이후 하나TV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가입자들의 글이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고, 이런 내용을 접한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해지하기 위해 하나TV측에 연락을 했으나 “위약금을 물어야한다”는 말에 포기한 이들도 상당수 있다.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낸 또 다른 하나TV 가입자인 박재규씨(40, 경기 김포)도 “집단분쟁 신청 후 하나TV측에서 '아무 조건 없이 해지해주겠다'며 연락이 왔다”면서 “또 '현금 15만원을 지급하겠다. 상품권으로 받기를 원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처음에는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하자 수차례 전화가 왔지만 아직 해지도 하지 않았고 돈이나 상품권을 받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에 가입할 때 아파트 앞에서 하나TV 판촉직원이 '본방송 12시간 후 무료시청이 가능하다'고 권유해 가입했는데 이제와 유료로 전환한다는 것은 MBC와 재계약을 잘못한 하나로텔레콤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공중파 TV를 유료로 보면 하나TV를 시청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나TV “상품권·현금지급 없었다” =

이에 대해 하나로텔레콤 관계자는 “소비자원의 분쟁조정 결과가 나온 후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무조건적으로 가입자들의 요구조건을 못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은 아니고 조정 결과 이후 상호간의 논의를 거쳐 서로 만족스런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하나TV측이 분쟁조정 신청을 한 가입자들을 상대로 회유에 나선 것에 대해 “약관상 위약금을 받아야 하지만 분쟁이 발생한 부분이기 때문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가입자들과 민원을 제기한 이들에 한해 위약금 없이 해지를 해주고 있다”면서 “약 90만명 가량의 모든 가입자들에게 이런 내용을 일일이 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윤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 입장에서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분쟁조정 신청자들의 명단은 소비자원에서 제공해줬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분쟁조정 신청자들에게 상품권 지급이나 현금 지급을 제시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결코 본사차원에서 상품권이나 현금 지급을 지시한 바 없고 현장에서 그렇게 대응하고 있다는 내용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투데이코리아 서경환 기자 skh@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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