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3.08.15. 사진=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3.08.15.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 축사에서 위안부 등 역사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이례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역대 정권들과 다른 기조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16일 현지 매체 마이니치신문은 ‘이례적으로 일본 비판 없어’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한일 관계가 정상궤도로 돌아가고 있는 것을 고려해 안보와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전면에 내세웠다”며 윤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요미우리신문은“강제동원 노동자나 위안부 등 역사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고 일본의 책임을 호소해 온 역대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차이가 두드러졌다”며 일본에 사과를 촉구해 온 지난 정권들과의 차이점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며 일본과 파트너십을 강조했다”고 윤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연설에서 자국의 안보에 일본 기지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보였다”면서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해방을 기념하는 광복절에 역사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일본과 안보협력을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윤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비판적인 발언 없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며 더욱 관계를 발전시킬 의욕을 보였다”며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항복한 8월 15일은 한국에는 일본의 식민 지배로부터 해방된 날로 역대 (한국) 대통령은 보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일본과 역사문제를 연설의 주제로 했다”라고 말하며 역대 보수 정권의 축사를 비교했다.

한편,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이번 윤 대통령의 축사를 입을 모아 비판하고 나섰다.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먼저 야권 측은 윤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에 대해 ‘극우 유튜버의 독백’,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칭하며 거세게 몰아 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지금까지 참석했던 어떤 광복절 행사보다도 길고 힘들었다”며 “어제 기념식장에서 소위 자유와 인권을 공유하는 일본과의 군사협력 강화를 선언하는 경축사가 낭독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거를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 일본과의 ‘묻지마 군사협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해방 이전으로 돌리는 패착을 정부가 더 이상 두지 말아야 한다”고 군사협력 강화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한일 역사문제 언급은 단 한 마디도 없는 반공전체주의 이념으로 점철된 광복절 경축사로 순국선열을 모욕하고 대한민국의 통합을 포기했다”며 “윤 대통령은 연설 내내 과거사 문제 등 한일 간 해결해야 할 현안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 없이 그저 일본을 협력 파트너이자 동반자로 격상시키는 발언만 내놓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공산 전체주의 세력’을 운운하며 철지난 반공 전체주의 이념과 몰역사적 인식을 거리낌 없이 내세웠다”며 “이는 매우 엄중한 매카시즘 선동이자 대한민국의 뿌리인 독립운동과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모욕”이라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집권여당인 국민의힘도 이례적으로 윤 대통령의 경축사를 지적했다.

천하람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유민주주의 세력 대 공산 전체주의 세력으로 이렇게 좀 나눠 가지고 대립하는 구도를 전체적으로 짠 부분, ‘북한’이 ‘일본’보다 더 많이 나오는 부분들을 봤을 때 광복절 경축사 느낌보단 6.25 전쟁 기념사 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실 메시지 담당관을 자르라고 촉구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광복절에서 내는 메시지로는 일본에 대해 너무 과하게 언급한 거 아닌가 생각한다”며 “때와 장소에 맞는 메시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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