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태인 기자
▲ 조태인 기자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둔 가운데,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24일간의 일정으로 막을 올렸다. 국정감사는 ‘의정활동의 꽃’으로,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전반에 관해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행하는 감사 활동을 일컫는다.
 
특히 국정감사 때만 되면 수많은 기업들의 경영자들이나 고위 관계자들이 국회로 불려와 국회의원들의 질책을 받고 진땀 흘리며 답변하는 모습은 이 기간만 되면 볼 수 있는 웃지 못할 광경 중 하나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업인 망신주기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국정을 감시·비판해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것이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는 ‘제발’ 달라야 된다는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가 국회에서 조차 나오고 있는 만큼, 길거리에 걸어 다니는 시민들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기업인들의 발목잡기 대신 ‘밥상물가’를 잡아달라는 거센 요구가 나오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진짜로 올해 대한민국은 우스갯소리로만 나오던 ‘안 오른게 없다’라는 말이 현실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택시비가 4년 만에 인상돼 ‘택시통금’이란 웃지 못 할 단어가 나왔고, 버스와 지하철도 8년 만에 요금을 올려 “대중교통을 타기 어렵다 걸어다녀야겠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사과나 복숭아, 토마토 등 농산물 가격도 크게 뛴 상황이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농산물 가격은 전년보다 7.2% 올랐는데, 이는 지난해 10월(7.3%) 이후 가장 많이 오른 상황이다.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는 4.4% 올라 두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고, 외식 물가 상승률도 4.9%로 전체 평균보다 1.2%p 높아 2021년 6월 이후 28개월째 평균을 웃돌았다.

유가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배럴당 100달러를 육박했던 국제유가는 일주일새 9%가량 하락하면서 배럴당 82달러에 안착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터지면서 최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WTI 가격은 배럴당 86.38달러로 거래를 마친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유가가 최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불안한 전망을 내놓았고, 미국 월가에서도 배럴당 100달러 이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올해 초 한차례 올랐던 가스요금과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추가 인상 압박도 커지고 있다. 최근 취임한 김동철 한전 사장은 전력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을 호소했고, 가스요금 역시 공급 원가의 78%에 불과한 데 유가가 급등한 만큼 미수금이 커질 상황이다.

고물가가 장기화 국면으로 가는 가운데, 서울의 식료품 물가가 도쿄보다 평균 34%가량 높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소고기, 계란, 상추 등의 식료품의 가격은 도쿄보다 서울이 두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맥도날드 세트메뉴 경우에도 서울은 7900원였으나 도쿄는 6856원으로 13.2%나 차이가 났다.

공공요금이 들썩이고, 물가가 오름세를 계속 보이면서 경제계에서는 ‘끈적한 물가(sticky inflation)’이 현실화됐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락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1.5%에서 1.1%로 하향했고, IMF도 올해 전망치를 1.4%로 유지했으나 내년 성장률은 지난 7월에 제시한 전망치보다 0.2% 내려 잡아 2.2%로 예측했다.

문제는 이런 엄중한 경제 상황 속에도 국회가 제대로 된 대책 수립 조차 논의되기 어려울 정도로 정치적 싸움에만 매몰됐다는 점이다.
 
특히 탄핵안과 같은 특정 정치적 사안에는 거야(巨野)가 ‘입법 폭주’라는 거센 비판 속에도 국회 문턱을 쉽게 내어주지만, 기업의 킬러 규제를 없애주거나 소위 말하는 ‘민생’ 법안들은 언제 통과될지 모르게 여야간의 정치적 대립으로 ‘꽉’ 막힌 상황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국회가 극단의 정치적 싸움이 아닌 민생을 챙겨야 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 일례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사례를 언급하면서, 우리나라도 국회가 최소한 멈추는 일이 없어야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돌고 돌아 국정감사이다. 21대 마지막 국정감사이자 총선을 앞둔 상황 속 열리는 국정감사이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이 가장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쉽게 알릴 수 있는 장이자, 많은 기관들의 장(長)들이 모이는 자리이다.

국정을 감시·비판해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것이 국회의원의 역할이라면, 위니아전자의 임금체불 사례와 같이 기업에서 임금을 주지 않아 근로자의 삶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거나 기술탈취나 산업재해 미보상, 프랜차이즈 갑질 등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을 증인으로 부른다면 누구도 국회의원을 향해 왜 부르냐고 손가락질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 비만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탕후루 프랜차이즈 대표를 국정감사로 부르거나,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기업인을 불러다가 윽박지르기 식의 질의만 이뤄진다면 국민들의 공분은 결국 국회와 그 국회의원으로 향할 것이다.
 
경제가 엄중하다. 아니 엄중하다는 말은 이미 너무 많이 나와 오히려 지겨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진짜로 현재 상황이 엄중하기에 이번 국정감사에서 풀어내야 될 현안도 산적하게 쌓여있다.

택시기사들의 수입을 위해서 택시비를 올렸지만, 정작 사람들이 택시를 안타면서 택시기사들이 업계를 떠나고 있다는 것부터 전기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존립이 어렵다는 한전의 경영에 대한 강도 높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외 국정감사만 되면 나오는 공공기관들의 혈세 낭비에 대해서도 국회의 날카로운 지적이 나와야될 것이다.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여러 안좋은 상황 속 열리는 21대 마지막 국회 국정감사만큼 여야의 극한에 가까운 정치적 대립이 아닌 민생을 위한 국정감사가 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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