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경제 문제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취재 보도해 온 필자는 올해 같은 최악의 저질 예산 국회를 본 적이 없다.
 
도대체 국가 예산이란 뭔가. 새해 나라 살림을 꾸려나가는 청사진이다. 그리고 길게 보면 나라의 장래와 비전이 담겨있어야 옳다.
 
국민들이 힘들게 벌어 낸 세금을 어떻게 알뜰하게 쓸 것인가, 최적의 효율에 맞춰 돈 쓸 곳을 엄선할 것인가에 지혜를 모아야 할 터인데 그런 모습은 도무지 찾을 길이 없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모두 눈앞에 닥친 총선에만 눈이 어두워 예산 짜깁기에 몰두 중이다.
 
우선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횡포부터 살펴보자. 이재명 대표가 약속한 공약 관련 예산은 최대한 늘리고, 윤석열 정부가 추진코자 하는 사업 예산은 아예 삭제하거나 대폭 삭감하려 한다.
 
물론 국회 상임위의 예비 심사이기 때문에 확정적인 것은 아니라 해도 거야(巨野)가 추진하는 일이니 심상치가 않다.
 
거야(巨野)의 횡포 지나치다
 
간단히 말하면 ‘이재명 표 예산’을 최대한 늘리고 보자는 식이다. 예비 심사에서 야당은 단독으로 원전 생태계 지원(1112억원) 혁신형 소형모듈 원자로(SMR) 개발사업(332억원)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반면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사랑 상품권(7053억원) 청년교통비 지원(2923억원) 신재생에너지 금융 보급지원(3920억원) 예산은 증액했다.
 
이같은 야당의 독주에 여당 측은 ‘예산 테러’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예산의 정쟁화(政爭化)를 넘어 예산을 갖고 전 정권과 현 정권이 ‘감정적 복수’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선거가 임박한 터인지라 여당도 퍼주기 예산에 가세한 형국이다. 20여 년 넘게 타당성 여부를 놓고 미루져 온 달빛고속철(대구~광주) 투자에 여 야가 의기투합한다.
 
1기 신도시를 포함한 부동산 개발에도 여 야가 따로 없다. 영남과 호남 표를 의식한 달빛고속철,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5개 신도시의 재건축 규제 완화와 전국 수 십개 지역 개발 완화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의 의견이 일치한다.
 
여당까지 가세하는 포퓰리즘
 
총선 눈앞에 두고 예산을 짜면서 퍼주기 포퓰리즘이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편성해서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이 정쟁에 휘말려 난도질 당하는 현실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국민이 선택한 여소야대(與少野大)이니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기엔 사안이 너무 중대하다.
 
헌법에는 나라 예산안의 편성과 집행은 행정부가, 심의 의결은 입법부가 하게 돼 있다.
 
헌법 취지대로 견제와 균형이 조화를 이뤄야 할 터인데 정부 예산안을 줄이고 늘리고를 마음대로 하는 국회는 그래서 최악이다.
 
거대 의석을 가졌다고 나라 살림을 자기들 멋대로 주무르는 야당이 문제다. 여기에 뒤질세라 포퓰리즘에 동승하는 여당 또한 역사의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만이 길
 
수준 낮은 국회의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 보다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더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 생각이다.
 
저질 국회의원을 선택한 사람은 유권자다. 우리 모두이다. 당장 몇 푼 준다고 표 찍었다가 당하는 낭패일 수도 있다.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에 눈 앞에 보이는 시혜성 포퓰리즘에 현혹되지 말고, 엄중한 선택만이 좀 더 나은 미래를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길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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