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내년엔 한국이 명실상부하게 다인종 국가에 진입할 전망이다. 지난 9월 말 한국의 장·단기 체류 외국인은 251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 5137만 명의 4.89%로 집계됐다. 42만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체류자를 포함하면 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인종·다문화 국가’ 기준인 5%를 이미 넘어섰다.
 
정부는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내년에 16만 5000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오기로 했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2021년 5만 2000명, 지난해 6만 9000명, 올해 12만 명과 비교할 때 무척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외국인 비중은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에 3.8%까지 떨어진 이후 매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업종도 기존 제조, 건설, 어업, 농축산업에서 음식점, 광업, 임업까지로 확대된다.
 
정부가 이처럼 많은 외국인을 들여오기로 한 것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 노동자 없이 산업이 돌아가기가 어려운 상태라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방 건설현장에선 근로자 절반이 외국인이고, 그 절반 이상이 불법 고용자로 추정된다. 이삿짐업계는 몽골, 농촌은 베트남, 경공업은 태국, 조선소는 우즈베키스탄인이 없으면 안 돌아가는게 현실이다.
 
이런 추세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 더 가속화 할 공산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소위 3D업종으로 지칭되는 제조업·광업·건축업 등을 기피하고 있다. 빈 일자리는 지난 9월 기준 21만 5000 명에 달한다. 제조업이 5만 7000여 명으로 가장 많다. 특히 조선업은 10년 만에 최대 호황이라는데 일손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산업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도시의 음식점, 지방 농가도 사정은 비슷하다.구인난은 이제 산업 전반과 서비스업 등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방대학도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정원을 못 채우는 곳이 수두룩하다. 수도권 대학의 대학원들도 유학생을 빼면 연구실을 꾸리기 어렵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들여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십수 년 전부터 저출산 해소 대책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는데도 실정은 이렇다. 출산장려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는 말이 이래서 나오고 있다. 이민정책을 시행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할 단계는 이미 넘어서 안 하면 인구 재앙으로 인해 국가소멸 운명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다다랐다는 얘기다.
 
그동안 출산 장례에만 매달리다 보니 고용허가제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의 관리는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일시 방문, 관광 등의 명목으로 입국, 불법 취업하고 있는 외국인 인력이 넘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에 대한 통계조차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하다. 불법으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42만 명에 달하고 이들의 범죄도 급증하는 추세다. 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의 26%가 입국 3개월 이내에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나설 정도이고 태업 등으로 사업주를 괴롭히고 고발까지 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외국인 산업연수제에 이어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30여 년이 지났는데도 외국인 근로자들을 관리하고 이탈을 방지할 수 있는 체계는 이처럼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젠 우리도 공식적으로 ‘다인종·다문화 국가’ 기준을 돌파하게 되는 만큼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동남아시아 등 저개발국에 편중된 인력수입 국가를 다변화해 숙련된 고급 근로자를 확보하는 등 종합적인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 불법 외국인 근로자들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해 구직난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노동계의 주장에도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 ‘출입국 이민관리청(이민청)’ 신설 방안을 직접 설명한 것은 다행이다.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인구 재앙은 대한민국의 정해진 미래”라며 이민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될 이민청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추진하려는 이민정책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민자를 정교하게 판단해 받아들이고 불법체류자를 단속해 내국인의 피해를 막는 등 정부가 방향성을 갖고 관리하고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방인에 대한 경계와 배척은 어느 문화에나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녹여내고 희석해 통합하는 나라만이 살아남아 미래로 나갈 수 있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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