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노인’ 문제는 지금 당장의 과제다. ‘청년’ 문제는 우리 미래의 청사진이다. ‘어린이(출산)’ 문제는 국가 존립과 직결되는 어젠다이다.
 
우리 사회는 이 세 가지 문제에 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걸까. 사회 공동체가 그 심각성과 중요성을 모를 리 없고, 가볍게 생각하지도 않을 터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그런 과제들에 대처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회의적이다. 정치권이나 행정부에선 말로만 떠들썩하지, 그리 진지해 보이지 않는다. 우선 이번 칼럼에서는 노인 문제의 현주소를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고령화 시대, 노인 우대와 호칭
 
얼마 전 한 카페에 ‘노 시니어 존’(60세 이상 어르신 출입을 제한합니다) 이란 팻말이 붙어 논란이 뜨거웠다.

7,8명의 노인들이 카페에 들어와 커피 서너 잔 시켜놓고, 가져온 간식 먹으며 떠들썩하게 즐긴다. 반말은 기본이다. 옆 사람 불편해해도 상관없다.
 
모든 노인이 다 그런 건 아닐 터. 이런 볼쌍 사나운 모습은 지하철이나, 산책 공공장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적자에 허덕이는 지하철 운영 회사들은 노인 무임승차가 무척 부담스럽다. 무임승차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점차 높여달라고 아우성이다.
 
대구시는 올해부터 버스 무임 승차 연령을 75세부터 한 살씩 내리고, 도시철도는 65세부터 매년 한 살씩 올려 2028년부터 70세 이상으로 일괄 통일하기로 했다.
 
노인 호칭을 놓고도 논란이 분분하다. 아버님 어머님 어르신 시니어 실버 선생님 이런 갖가지 호칭도 탐탁해하지 않는다.

최근 경기도 의회는 65세 이상 도민을 ‘선배 시민’으로 하자는 조례를 공표했다. 65세 미만은 ‘후배 시민’이다.

나이가 아니라 경험을 강조했다. 도 의회측은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이 선배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다양한 분야에 참여 활동하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10년 전 공모를 통해 노인이란 용어 대신 ‘어르신’을 택했다. 활기차게 사는 노인들에게 ‘골든 에이지’ ‘신중년’이란 용어도 흔히 쓰인다.
 
일본은 60대를 활발히 산다는 의미로 ‘실년’(實年), 그 이후는 ‘고년’(高年)으로 칭한다. 중국은 60대를 ‘장년’(壯年), 70대는 ‘존년’(尊年)이라 한다.

영미권에서는 젊음(young)과 노인(old)을 합성한 ‘욜드’(yold)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내년에 가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다.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이다. 그러니 호칭도 그렇고 수많은 문제가 제기된다.
 
유엔이 1950년대에 노인 기준을 65세로 정했고, 우리도 1964년부터 이를 따라 노인 분류를 65세로 해오고 있다. 노인 기준이 바뀔 때도 됐다.
 
경제활동 왕성한 노인 세대
 
고령화가 급속해지면서 60세 이상 취업자가 40대 취업자 수에 육박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올 1~11월 60세 이상 취업자는 월평균 624만7000명으로 40대 취업자수(626만2000면)에 근접, 곧 추월할 전망이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20.9%에서 올해는 22%로 높아져 사상 최대다.
 
고령층 창업도 증가 추세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의하면 올 1~9월 60세 이상 창업은 10만5000개로 1년전보다 5.3% 늘었다.
 
이처럼 고령층의 취업과 창업이 기록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인구 고령화와 건강한 노인 인구 증가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마냥 바람직한 현상만도 아니다. 노인 취업자 대다수가 최저임금 이하이고, 창업의 경우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보니 생계비를 벌기 위해 ‘등 떼밀려 창업’이 많다는 것이다.
 
고령 자산가, 파워 실버
 
시니어 계층의 경제력도 괄목할 만한 이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4대 은행에서 65세 이상 고객이 가진 예금액이 전체의 27%를 넘었다. 고객 수는 17%를 밑도는데 예금액은 10%가 많은 27%였다.
 
파워 실버는 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60세 이상 인구 비중은 30%인데, 이들이 전체 자산의 69%를 보유하고 있다는 조사가 있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젊은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부를 축적한 것은 압축성장 시기에 열심히 경제활동을 한 덕분이다.
 
고령화와 저출산 시대에 노인 연령을 어느 선으로 조정할 것인지도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 정치권에서야 노인층 표를 의식해 선뜻 나서지 않겠지만 언제까지 그냥 놔둘 문제가 아니다.
 
노인 취업 증가 추세와 관련, 초(超)저임금에 의존하는 실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사실 상당수 노인 취업이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공공 일자리인 것도 사실이다. 연금이나 사회보장이 취약한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생계보장형 일자리 마련이 필요하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현실을 감안, 양질의 저렴한 시니어 타운 조성에서부터 질병에 관한 대책, 노령 계층의 외로움 고독에 대한 사회적 배려 등등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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