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민석 기자
▲ 진민석 기자
“근 8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우리 정권과 체제를 뒤집자고 피눈이 되어 악질적인 대결사만을 추구해 온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를 이제는 공화국의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해야 할 역사적 시기가 도래하였다.”
 
2024년 포문을 연지 일주일 즈음 지났을 무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전쟁 또한 피할 생각이 없다며 이같이 도발했다.

북한이 대한민국을 제1적대국으로 헌법에 명기하는 등의 도발의 수위가 높아지고 구체화되면서 한반도 안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주적’이라는 용어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1995년 발간된 국방백서에서 북한이 기존의 대남 적화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통일전선 형성을 위한 대남 공작활동 등을 멈추지 않고 있는 사실을 감안해 북한을 주적으로 공식 상정했다.
 
2004년과 2006년 당시에는 ‘군사적 위협’이라는 순화된 표현을 쓰다 심지어 2018년과 2020년에는 주적이라는 표현 자체가 삭제되기도 했다.
 
다만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2022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적은 북한”이라는 글을 올리며 대적관을 확실히 했으나 여전히 양분화된 우리 사회의 대립 기조는 아직 저변에 깔려 있는 듯하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은 최근 올린 동영상에서 출연진들이 “주적은 북한”, “3대 세습 철폐하라”고 말하며 “대한민국에서 이 말을 왜 못해”라고 주장했으나 현실은 이와 현저히 달랐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영상에 댓글로 ‘2찍(대선 당시 2번을 찍었다는 표현) 대학’이었다거나 ‘북한보다는 왜구가 주적’이라며 설왕설래를 이어갔고, ‘국민의 대적관’이 모호해졌다며 해당 영상의 출연진들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대립했다.

이러한 양분화 과정이 심화하는 와중 국방부가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개편이라는 장작을 불씨에 던져 넣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발간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는 국가관, 안보관, 군인정신 등 총 3개 분야로 엮어있으나 이번 개정판은 ‘안보관’이 ‘대적관’으로 변경됐고, ‘종북세력’을 지칭해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내부 세력’이라는 당시 삭제된 표현도 이번에 복원됐다.
 
특히 개정판에는 “우리 국군에게 있어 대한민국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명백한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했다.

또한 ‘내부 위협세력’에 대해서도 “북한의 대남적화 획책에 따라 우리 내부에는 대한민국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고, 북한 3대 세습 정권과 최악의 인권유린 실태, 극심한 경제난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이라고 지칭했다.
 
대한민국은 지난 1953년 7월 27일 휴전(休戰) 협정을 체결해 71주년을 앞두고 있다.
 
김일성 당시 주석이 주도한 남침으로 인해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3년간 한국군 약 14만명, 민간인 약 24만여명의 천문학적인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이후 북한 김씨 가문에 끌려다니듯 지내온 대한민국에 돌아온 것은 북한 정권의 2020년 6월 대북 전단 살포를 핑계로 삼은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였다.
 
그간 대한민국 진보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고(故) 김대중 정권 시절 1차례, 참여정부였던 고 노무현 정권 때는 11차례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5차례 ICBM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심지어 김정은 위원장과 맞손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도착한 평화의집 광장에서 “한반도에 이제는 전쟁은 없다”는 ‘판문점 선언’을 제언한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엔 무려 18차례나 발사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의 최근 도발을 두고 외신들은 연이어 불안감을 드러내면서, 한국전쟁 발발을 코앞에둔 1950년 6월 초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다는 경고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미 국제사회가 경고한 레드라인도 한참 전에 넘어버린 북한의 도발은 계속적으로 구체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사회는 여전히 낡은 이념 대립이란 틀에 박혀있어 제대로 ‘주적’이란 표현 조차도 못쓰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래도 ‘주적’의 개념에 여전히 혼동이 오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대한민국 군의 총은 누굴 향해 겨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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