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태인 기자
▲ 조태인 기자
지난해 묻지마 칼부림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불안함에 떨게만든 가운데, 올해는 당과 계파를 초월한 정치인들을 향한 테러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면서 새로운 공포가 일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 내면에 존재하던 증오가 결국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민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일 새해 벽두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사건이 발생했고, 사회적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 속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습격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람을 습격한 범인들의 연령대나 주거지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띄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부산경찰청은 이재명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체포된 A씨가 정치신념에 경도돼 극단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또 경찰은 A씨가 이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막고 총선에서 특정 세력에게 공천을 줘 다수의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살해를 결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도 전했다.

배현진을 습격한 B씨에 대해선 경찰의 수사결과가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출석한 당시 지지자 등이 모인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상을 촬영 후 자신이 재학 중인 학교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B씨의 경우 지난해 12월 ‘경복궁 낙서 모방범’의 영장실질심사 출석 당시 지갑을 던졌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A씨와 같은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보인다고 단정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현진 피습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도 B씨의 범행 동기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배현진 피습사건은 정치인 테러라는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는 적잖은 여론도 일고 있다.

특히 배현진 의원실 관계자는 경찰서에 도착한 A군 부모가 “아이가 정치에 관심이 많다”, “이재명 피습 보고 모방한 것 같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혀 단순한 우발인 범행이라고만 볼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정치가 팬덤화가 되면서 진짜 정치가 사라지고, 극한의 갈등과 치열한 대립만 남았다는 점이다.

물론 정치인을 향한 테러는 올해만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

지난 2006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로 선거 유세를 하던 도중 습격 당해 깊이 1㎝에 길이 11㎝ 이상의 자상을 입었으며,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지난 2022년 3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선거 지원 유세를 나섰다가 장도리로 추정되는 둔기로 후두부를 강타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테러는 비단 국내 정치인만 겨냥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5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조찬 행사에 참석했던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외치는 괴한에게 24㎝ 과도로 수차례 찔리는 사건이 발생해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여야간의 노력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만 해도 부산경찰청과 부산지검 특별수사팀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야당은 여전히 축소·왜곡 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재수사 요구를 이어가고 있고, 다수당인 점을 활용해 국회 행정안전회의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한 자신을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는 일부 유튜버들도 각자의 정치신념에 맞게 해당 사안과 관련해 “조작이다” “은폐수사다”라고 격렬하게 주장하며 지지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더 문제인 것은 이러한 유튜브 채널들이 주장한 내용들이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의 SNS에서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정치 증오가 더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 몇몇 총선 출마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출마를 선언하거나 당원을 모집하는 등의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어  유튜브 정치 자체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인 만큼 정치인과 유권자들의 스킨십이 많아지는 반면, 일선에서는 인력 부족 문제를 고려할 만큼 신변보호팀이 충분치 않는다는 우려와 치안활동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 측은 신변보호팀의 경우 비상설로 운영되고 경찰서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인원은 극소수에 불과하기에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신변 보호 대상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과 물리적으로 모든 후보자들을 경호하기에는 한계점이 명확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12년 전 국회가 선진화법을 제정할 당시처럼 정치권이 하나되어 극단적인 문화를 종식 시켜야 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과거만 해도 최루탄이 터지고,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받아왔던 국회는 지난 2012년 폭력적이면서도 극한의 충돌을 막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민주정치를 하기 위해 국회선진화법 제정에 힘을 모았다.

그 결과 정치권에는 필리버스터가 도입되고 국회폭력 금지됐으며, 다수당의 날치기 통과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물론 제정 이후 법안 통과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개정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고, 검수완박 국면에서는 제대로 작용되지 못해 한계점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렇지만 선진화법 제정 이후 정치권에서 무분별한 폭력이 사라졌고, 지난 2019년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하려 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사건도 해당 법의 첫 기소 사례가 되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결과론적으로 법에 있어서 보완해야될 필요성은 있지만, 쟁점안건의 심의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건이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심의돼야 한다는 법의 취지는 잘 적용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선진화법과 같이 다시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서 극단적인 유튜브 정치를 종식하고, 도 넘은 비방과 비난은 자제하는 자율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계속되는 도 넘은 비방과 비난들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도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고, 극단적인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며 자신의 정당에 유리한 주장을 펼치는 일부 유튜버들의 마타도어로 인해 선거의 공정성 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결국 계속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될 시점이다.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는 유튜버들은 당 스스로가 과감히 멀리해야되고, 정치인들도 맹목적인 팬덤정치가 아닌 국민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펼쳐야 된다.

유권자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지역이나 사람 또는 자신과 출신 고향 등이 같다는 등의 이유로만 특정 후보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아닌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보고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는 것이 극단적인 정치의 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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