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혁 기자
▲ 김준혁 기자
“자율규제 대신 법적규제를 할 경우, 행정 비용 등 원가 상승 요인으로 수수료 인상 효과 발생, 상품 가격 전이로 소비자 잉여 감소가 1조1000억에서 2조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2월 열린 ‘플랫폼 자율규제와 소비자보호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플랫폼에 대한 법적 규제는 소비자 편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한국에서의 플랫폼 규제는 뜨거운 감자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정부에서도 ‘플랫폼 갑질’을 막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이 정부 입법으로 발의됐으나 많은 사회적 논란 끝에 폐기되고 말았다.

이런 와중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소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고, 자사우대, 멀티호밍 제한(자사 플랫폼 이용자의 타 플랫폼 이용 제한) 등을 골자로 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에는 ‘입점업체의 타 플랫폼 이용 방해’, ‘입점업체에 타 플랫폼 계약과 동등하거나 유리한 조건 요구’, ‘자사 상품 및 콘텐츠의 타 업체보다 유리한 취급’,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사 타 상품의 거래 강제’ 등을 4대 반칙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플랫폼 기업에 과징금을 매기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검토됐다.

이를 통해 공정위 측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방지해 신생 업체의 시장 진입을 돕고 소비자 후생을 도모한다는 취지였지만, 국내 스타트업계를 비롯해 해외 각국까지 해당 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최근 해당 법안과 관련해 국내 스타트업 대표, 창업자 등 1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52.8%가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답했고, 긍정적 영향을 기대한다는 비율은 14.1%에 그쳤다.
 
미국 최대 경제 단체 미국상공회의소도 해당 법안과 관련해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부회장 명의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가 법안 전체 조문을 공개하고 미국 재계와 미국 정부 등 이해 관계자와 논의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들 플랫폼 규제안에는 큰 결함이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플랫폼법 도입 추진이 발표된 지 두 달가량이 지났지만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선정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도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런 와중 공정위가 업계와의 소통이 소홀하다는 지적마져 나오고 있다.
 
미 상의는 앞선 성명을 통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정도로 중요한 사안에 필요한 유형의 투명성을 보여주고 열린 대화를 하기를 촉구한다”며 업계와의 활발한 소통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공정위는 이달 중 예정됐던 플랫폼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발표를 무기한 연기하고, 지정 제도를 포함한 대안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히는 등 한발 물러난 상황이다.

그렇지만 정부 내부에서도 최근까지 해당 법안으로 인해 통상마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의 잡음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 여야도 해당 법안의 입안 및 입법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안 자체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해당 법안과 관련해 “공정위가 추진하지만 정부 안에서는 논쟁이 많다”며 “우리 정부의 기조는 사전규제와는 거리가 있다”고 밝혀 추진동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플랫폼법 입법 시 법령 해석에 따라서 쿠팡의 와우멤버십 가입 시 제공되는 무료배송·반품 서비스나 네이버의 플러스 멤버십 혜택 등을 이용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 소비자의 편익이 감소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앞선 여러 규제로 인한 소비자 편익 침해 문제를 이미 경험한 만큼 쉽게 간과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2012년 9월 대형마트를 일종의 ‘지배적 사업자’로 보고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추구한다는 취지로 월 2회 휴무를 의무화하고, 야간·새벽시간 영업을 금지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됐다. 

법안 제정 당시 상생이란 취지는 좋았지만 주말에 대형마트를 이용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12월 24일은 연말 연휴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를 이용할 수 없어 불편함을 겪었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규제로 인한 불편을 전통시장에서 해결하려 하지 않았으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동반 하락이라는 결과만을 낳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법 제정 이듬해인 2013년 39조1000억원이었지만 2022년에는 34조7739억원에 그쳤으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의 수도 2013년 1502개에서 2021년 1408개로 감소했다.
 
오히려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상승세와 맞물려 소비자의 발걸음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향했으며, 그 결과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조사 이래 처음으로 유통업체 매출 중 온라인의 비중이 절반(50.5%)을 넘어섰다.
 
온라인이 성장할 동안 대형마트를 위시로 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규제에 발 묶여 긴 시간 침체를 겪어야만 했다. 기존 취지인 전통시장과의 상생 또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대구의 경우 휴업일 전환 후 6개월 효과를 분석한 결과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9.8%, 대형마트·SSM은 6.6% 증가했으며 음식점 25.1%, 편의점 23.1% 등도 매출이 큰 폭으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내 대부분 전통시장의 2·4주 일·월요일 매출액도 34.7%의 증가율로 전체 기간 증가율 32.3%보다 2.4% 정도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마트의 야간·새벽 운영을 금지도 수도권과 타 지역과의 유통 서비스의 소비자 경험 차이를 낳았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게 했다.
 
쿠팡, 컬리 등 업체의 물류망이 안정적으로 구축되어 새벽배송을 받을 수 있었던 수도권과는 달리 그렇지 못한 지역들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으며, 이는 지역의 대형마트를 유통 거점으로 이용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처럼 대형마트 규제에 따른 소비자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달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유통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대형마트와 소비자가 12년간이나 피해를 겪고서야 규제 완화가 결정된 것이다.
 
그만큼 입법을 통한 규제는 섣불리 나섰다가는 돌이키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고, 그 기간 동안 인내해야되는 것은 오로지 소비자들의 몫이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은 규제에 있어 가장 논의의 우선 대상은 소비자 편익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형마트·전통시장의 성장과 소비자의 불편함을 야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플랫폼법도 국내 온라인 커머스의 성장과 소비자 편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업계에서 끊이지 않는 이유다.
 
특히나 지금처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업체의 국내 시장 영향력 확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에 대한 섣부른 규제는 원래 목표였던 국내 신규 업체의 원활한 시장진입이 아니라 해외 업체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줄 수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플랫폼법 도입 취지나 그 과정에 있어 소비자의 편익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공정위는 최근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제 재검토 논의 의사를 밝히며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과 추가 논의를 거쳐 거대 플랫폼의 효과적 규율이 가능한 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란의 마침표를 찍고 새로 이어질 논의에서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어 이들의 편익이 최대화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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