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컷오프에 당내 공천갈등 ‘절정’
설훈, 이재명 향해 “감옥 가는 게 뭐가 두렵나”
홍영표도 “본인 손만 피범벅”
박병석, 지도부 향해 “냉정하게 판단하고, 고칠 것이 있으면 고쳐라”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구 획정 보고 및 현안 관련 토론'을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02.27. 사진=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구 획정 보고 및 현안 관련 토론'을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02.27.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이다솜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이 부글부글 들끓고 있다.

28일 <투데이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전날(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관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문계 핵심 인사 중 한명인 인사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사실상 공천 배제(컷오프)했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날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다수 의견으로 의결됐다”며 “사실 서울 중·성동갑은 굉장히 중요한 의사결정 구조기 때문에 어제도 많은 회의가 있었고, 오늘도 이 지역에 대해서 상호 위원 간 교차토론 심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친문계 의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당내 총선 공천 문제를 제기하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던 고민정 최고위원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 안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며 최고위원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고 최고위원은 “지금의 위기를 지도부가 책임감을 갖고 치열한 논의를 해서라도 불신을 거둬내고 갈등 국면을 잠재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제게 돌아온 답은 차라리 최고위원에서 물러나라는 답이었고, 민주당 중진의원님의 공개적인 답변이어서 무겁게 듣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친이재명계 중진인 정성호 의원을 직격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 의원은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고위원이 당무를 거부하려고 하면 그전에 본인이 최고위원을 못하겠다고 하는 게 차라리 낫다”며 고 최고위원을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특히 당 안팎에서는 임 전 실장의 컷오프를 두고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영표 의원은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공천과 혁신을 하다보면 가죽을 벗기는 아픔이 있지 않는데, 당대표는 자기 가죽을 벗기지 않고 본인 손만 피범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위 10%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설훈 의원도 이 대표에게 “대표직도 내려놓고 총선 출마도 하지 말고 이 상황을 책임진다고 하고 물러나라”고 직격했다.
 
그는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형선고를 받고도 살아나서 대통령이 됐는데, 감옥 가는 게 뭐가 두렵나”라며 “잘못한 게 없으면 국민이 끄집어낼 것”이라고 말한 뒤 탈당을 선언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의원은 “공천 갈등 의혹이 점입가경인데 이대로 정상적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나”라며 “사태 수습을 위해 조정식 사무총장,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지도부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도 의총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냉정하게 판단해 고칠 것이 있으면 고치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권은 유한하고 권력은 무상하다”며 “바른 길로 가라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 속 당 안팎에서는 임 전 실장이 탈당까지 결심 할 경우 ‘분당’ 수준의 혼란이 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비명계로 알려진 박영순 의원은 현역 하위 10% 결과에 반발해 탈당을 선언했다.
 
박 의원은 “이 대표와 당권파들이 동료 의원들을 조롱하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태도를 노골화하며 공천이 아닌 망천을 강행하는 무모함과 뻔뻔함에 질려 더 이상의 기대와 미련은 어리석은 것임을 깨닫고, 탈당의 결심을 하게 됐다”며 “민주당은 이재명 1인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의 사당이 됐다”고 주장했다.

야권 단일화 지역구로 선정된 울산 북구의 이상헌 의원도 진보당에 경선을 요구하며 불발 시 탈당해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를 받은 송갑석 의원(광주 서구갑)도 의원총회에서 “우리당이 지지자들 모두가 이재명 대표만 지지하는 그런 당인가”라며 “선거의 기본은 우선 지지자들을 모으고, 그 다음에 중도층을 모으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한 “이 정당 속에서 내가 무력하게 주저앉아있는 것이 부끄럽다”며 “우리 당이 패배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내겐 가장 큰 두려움”이라며 지도부에 대책 수립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이 아니라 ‘멸문 정당’이 되고 있고, 이것은 총선 승리와는 멀어진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윤 정부를 심판하기 위한 총선 승리가 목표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호남 정치권도 불공정 공천 논란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광주 서구을에 출마하는 김경만 의원과 광산갑 현역인 이용빈 의원, 고종윤·양경숙·이덕춘·최형재 전주을 예비후보는 전날(26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은 장·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직자에게 정치신인 가산점을 20%가 아닌 10%만 부여하기로 의결했다”며 “이제 와서 차관급 예우를 받는 고검장에게만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특혜”라고 비판했다.

김광진 전 광주시경제부시장도 광주시의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사 출신들에 대한 특혜성 정치신인 가산점 논란이 시정되지 않는다면 광산갑 등 지역구 후보들과 연대해 중대한 정치적결단을 고려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리서치디앤에이가 경선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전북 익산갑에서도 경선 무효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정필모 의원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외부의 누군가가 실무자에게 전화로 지시해서 리서치DNA가 경선 여론조사 업체로 끼어 들어갔다”며 “제 입장에서는 허위 보고를 받은 것이고 제가 통제 관리할 범위를 벗어났다는 판단에서 선관위원장직을 그만뒀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친노·친문 인사인 전해철 의원은 의총에서 당 지도부가 ‘정체불명’ 여론조사의 주체와 현역 의원 ‘하위 20%’ 평가의 근거를 소상히 밝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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