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시온 기자
▲ 김시온 기자
“진짜 많이들 모이셨네, 그럼 환자들은 누가...?”
 
지난 2018년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라이프’에서 구승효 역할을 맡아 연기한 배우 조승우의 대사 장면이 최근 다시금 재조명되며 화제를 낳고 있다.
 
현재 전공의들은 정부가 내놓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지를 이탈하는 등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이탈 움직임은 의대생을 넘어 전원의, 교수까지 들불같이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서면 점검을 통해 확인한 100개 주요 수련병원의 이탈 전공의 수는 지난 8일 오전 11시 기준 1만1천994명으로, 이탈률은 92.9%에 달한다.

또한 10일 기준 각 학교 학칙에 따라 절차 등을 지킨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누적 5,445건에 이르고, 지난달 28일까지 절차와 상관없이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1만 3,698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파업 과정에서 의사들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수술실과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까지 비워버렸다는 점이다.
 
노동의 조건을 유지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파업에 나서는 행위에 대해서는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파업에 나서더라도 ‘최소한’의 경계선을 지켜야 파업에 명분이 생기고 대중의 공감과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일례로 지난해 7월 간호사 파업 당시 간호사들은 수술실과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에는 90% 이상이 현장을 지키며 환자를 돌봤고, 민생을 볼모로 한 민폐 파업이란 비판을 받았던 철도노조 총파업 당시에도 운행률은 감소했지만 필수 유지인력 9300여명은 남아 현장을 지켰다. 

물론 철도의 경우 운행이 감소하면 버스나 택시 등 대체 수단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의사들의 빈자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의료 대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암 환자들의 경우 치료 받지 못할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정부도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파업 시 ‘필수유지업무’에 종사하는 조합원들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집단행위에는 이 같은 ‘최소한’의 선도 유지되지 못했다.

결국 이것이 의대 증원이 아무리 졸속한 절차라고 주장해도, 국민들에겐 달갑지 않은 소리로 다가오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운지 벌써 4주를 넘었다. 그들의 빈 자리는 동료 의사들과 PA 간호사 등이 메우며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도 최근 성명을 내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한 일선의 모든 의사 선생님들의 고군분투로 간신히 버텨왔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며 이제 그 노력도 거의 한계에 달했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며 양해를 구한다”고 호소한 상황이다.

물론 2000명이라는 인원을 재단해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밀고 나가는 정부의 강압적인 태도에 대해 불만을 느끼는 국민들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의사들이 필수 진료 인력도 없이 무작정 병원을 이탈해서 증원 반대를 외치는 것이 정상적인 투쟁 방식은 절대로 아니다.

정부도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협상의 테이블을 공개적으로 마련하거나 공청회을 열어 증원 규모에 대해 정하는 등의 행동도 나서야될 때이다.

또는 정부 고위직 관계자가 직접 전공의 단체나 대한의사협회를 공개적으로 방문하는 식의 현장 소통 행보를 보인다면, 지금의 말로만 하는 게 아닌 훨씬 진정성 있는 행보라고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병원을 가는 것도 중요하고, 남아 있는 의료진들을 격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의사단체들이나 원로 의사들을 만나는 것을 공개하는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시점이다.

이걸 두고 쇼라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공개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서는 최소한 말로만 소통한다는 지적에선 자유로워질 것이다. 또 이러한 행보를 보고 정부의 진정성을 느끼는 사람들도 생길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주장해도 설득이 없으면 그건 강압이라고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젠 그 설득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다시 모두에게 묻고 싶다.

“국민을 볼모로 삼을 생각이 없었냐”고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중간에 서 있는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말하고 싶다. “국민을 볼모로 삼지 말라”고 말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