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태인 기자
▲ 조태인 기자
“변화와 혁신을 통해 허리띠를 10번 졸라맨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만들어 가자”
 
강호동 제25대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농협 본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변화와 혁신을 통한 대한민국 농협’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4년 전 선거에서 3위로 낙선하며 고배를 마셨지만 재수에 성공하며 조합원이 1000명 안팎인 ‘강소농협’의 조합장이 206만 농협 조합원을 이끌 ‘농민 대통령’이 된 것이다.
 
농협중앙회장직은 비록 4년 단임제에 명목상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전국 206만명의 농협 조합원을 대표하는 만큼 계열사 대표와 임직원에 대한 인사권 및 예산권, 감사권 등 전체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특히 농협의 총자산 규모는 2022년 기준 중앙회만 145조원으로, 금융지주 525조원까지 더하면 670조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한 해 예산과 맞먹는 자산이다.

이러한 거대 조직의 인사와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농협중앙회장 직은 ‘농민 대통령’이라고도 불리고도 있다.

특히 그의 취임 일성에 맞춰 농협은 변화와 함께 각종 문제들을 해결해야되는 기로에 놓여있다

먼저 지난해 가을 전국의 축산농가를 공포에 몰아넣은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에 대한 방역과 보상비 문제를 해결해야되는 상황이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시도별 럼피스킨 발생 및 보상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럼피스킨으로 젖소 1680마리, 육우 901마리, 한우 3874마리 등 총 6455마리가 살처분했지만, 피해 농가들 사이에선 현 보상제도의 비현실성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육우 사육비는 마리당 617만8000원이며, 초산우는 가격이 450~580만원으로 농민들의 손실 및 재기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벼의 수급불균형에 따른 재고 증가와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산 농가를 위해 쌀값 안정과 판매책 마련도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과채류도 문제점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에 내린 평균 강수량은 평년 대비 2.7배인 236.7㎜로 ‘겨울장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눈비가 지속되면서 일조량 부족으로 토마토와 딸기 등 주요 과채류의 출하량이 감소했고, 이로 인해 현재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생육 부진 등의 피해를 본 딸기와 수박 농가에 대한 피해 복구와 함께, 수확 두달여 앞둔 중만생종 양파에서도 무름병·노균병 등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지역소멸과 농업 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 해야될 과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에 강 회장도 취임사에서 농업농촌이 직면한 현실에 대한 과제들과 해결 방안에 대해 언급하고 중소 규모 농가가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팜 보급과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확대해 농촌인력중개센터 등 농촌 인력 지원 플랫폼을 고도화를 약속했다.

또한 최근에는 충남 부여 수박·딸기 농가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피해복구를 위한 무이자 재해자금 500억원을 선제적으로 투입할 것을 밝혔다. 이와 함께 강 회장은 정밀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자금도 지원할 것도 언급했다.

이러한 현실 속 현장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강 회장에 대해 거는 농민들의 기대감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중한 상황이다.

특히 국민의 식량과 경제가 직결된 농업은 곧 국가의 미래라고도 볼 수 있는 만큼 제대로 된 대책과, 정부와의 튼튼한 가교 역할도 수행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이고, 고금리나 저출생, 기후변화 등의 농민들이 직면한 일부 문제들은 중앙회장으로선 풀기엔 녹록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 ‘헨리 4세’에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큰 힘에는 막중한 책임이 뒤따른다.

농민대통령이라고 말하듯 농민들을 대표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많은 이들에게 녹록치 않은 현실을 이겨 낼 수 있는 희망을 심어줄 수도 있다. 또 농협 차원의 지원책이 자그만한 도움이 되어줄 수도 있다. 물론 그 지원책의 크고 작음은 중요하지 않다. 지친 농민들의 마음을 달래기엔 크기보다는 진심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에 강호동 신임 회장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하고, 그가 취임 일성으로 밝힌 공약들의 체계적인 이행이 조속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