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봉 기자
▲ 이기봉 디지털뉴스팀 기자
과거 ‘수출 효자’로 불릴 만큼 국가 경제를 이끌어온 석유화학업계가 경기 불황에 휩싸이면서 롯데케미칼,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신사업을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에 반해 정부는 오히려 뚜렷한 지원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NCC(나프타분해설비) 평균 가동률은 74%로, 2021년 93.1%에 비해 급감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 전체 석화공장의 평균 가동률도 감소하고 있다.

LG화학의 석유화학 사업 평균 가동률은 지난 2022년 81.4%에서 지난해 75.9%로 떨어졌으며, 매출 역시 이차전지 등 전 부문에서는 연간 2조 52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143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이러한 와중 친환경 규제와 탄소배출 감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화가 함께 맞물리면서 석화업계는 이차전지, 태양광, 친환경 바이오 등 신사업을 모색에 시동을 걸고 있다.

LG화학은 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을 3대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하며 오는 2025년까지 10조를 투자할 방침이며, 롯데케미칼도 사업목적에 수소 사업을 추가하고 스페셜티(고부가가치) 및 그린 사업의 비중을 60% 목표로 잡는 등의 신사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자사주의 50%를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 ‘전기차 솔루션, 친환경 바이오, 스페셜티’를 중심으로 새 사업을 발굴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들이 설비 증설과 공장의 정상적인 가동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는 것과 현재의 불황이 단순한 투자로만 해결해야 될 문제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수입 1위를 차지하던 중국이 에틸렌 자급률을 확보하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하락한 것이 현재의 위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 2016년부터 7대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비롯한 석유화학산업을 육성했으며 그 결과 지난해 중국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이 5174만톤(t)으로 지난 2018년(2565톤)에 비해 두 배를 넘어섰다.
 
이 수치는 같은 기간 한국 에틸렌 생산능력인 1280톤의 약 4배 수치로, 국내 에틸렌 수요 수치인 916톤의 5배 이상에 달한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석유화학 수입 비중은 지난 2020년 42.9%에서 지난해 36.3%까지 크게 줄어들었으며, 값싼 중국산 에틸렌 공급 과잉으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이 공장을 돌리면 적자가 나는 상황이 지속되자 업계에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공장 매각을 검토하며 범용 석유화학 제품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LG화학은 여수 NCC 2공장을 분할 후 지분 매각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으며, 금호석유화학도 중국 기업과 설립한 SB(Styrene Butadiene) 라텍스 법인의 지분 전량을 다른 기업에 매각하며 신사업으로 비중을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방산이나 반도체 등 다른 분야에 대한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을 언급하며 석유화학 업계에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된 요지다.

앞서 한국 방산업계에는 지난 2022년 124억 달러(약 16조7천억원) 규모의 1차 수출계약을 맺고 약 300억 달러(약 40조4천억원)에 달하는 2차 계약을 추진했으나 수은의 금융지원 한도가 대부분 소진되면서 2차 계약이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를 해결 하기 위해 국회는 수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늘렸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폴란드 금융감독청장을 만나 방산·원전·인프라 등 향후 확대될 대규모 협력 프로젝트에 대해 한국 정부와 금융권의 확고한 금융지원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를 두고 산업계에서는 민관의 완벽한 팀플레이라는 호평이 나왔다.

이를 두고 정부가 석화업계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최근 석화업계를 만나 반도체, 이차전지 등 타 주력산업과도 긴밀히 연계돼 있는 핵심 기반 산업인 만큼, 정부와 산업계가 한 몸이 돼 이번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언급했으나, 실질적인 대책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골든타임은 지나갔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가 단위 육성으로 5년 만에 세계 최대 수준 석유화학업계를 만들어낸 중국의 사례를 꼽으며, 우리나라도 정부가 고부가 정밀화학과 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구체적으로 짜면 반등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나프타의 관세 면제를 추가 연장을 추진하는 것 외에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이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올해도 석화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미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마저 들썩이면서 원가 부담 마저 커졌기 때문이다.

유가가 높아질 수록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불리할 수 밖에 없는데, 3월 28일 기준 화학 부문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에틸렌 스프레드는 한달 새 18%나 감소한 상황이다.

이러한 녹록치 않은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이상 석화업계를 외면하는 것이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과 함께 탈중국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신흥국과 외교로 수출 활로를 뚫어야 된다고 주문하고 있다.

과거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며 국내 경제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석화업계는 현재 변화의 기로에 놓여있다. 고부가치 사업 비중 확대부터 신사업과 친환경까지 해야될 과제가 많은 상황 속 더이상 정부의 외면에 석화업계가 처절히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닌 반도체와 방산과 같은 민관의 완벽한 팀플레이가 다시 한번 처절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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