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민심(民心)은 매서웠다. 회초리가 아니라 레드 카드 수준이다. 10일 치러진 총선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 힘에게 참패를 안기며 정국을 대혼란으로 밀어 넣었다.
 
여당은 지난 2021년 서울 부산 시장 선거에서 이겼다. 2022년 2월 대선에선 윤석열이 0.73% 포인트 차이로 이재명을 꺾고 대통령이 됐다.
 
대선 3개월 뒤 치러진 17개 시 도지사를 뽑는 지방 선거에선 국민 12곳, 민주 5곳으로 여당이 압승이었다.
 
그처럼 3차례나 여당이 선거에서 이긴 것은 민심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잇단 정책 실패(소득주도성장 정책,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정책 등)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엄혹한 회초리였다.
 
그러나 이번엔 윤석열과 집권 국민의 힘에게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이 내려졌다. 밑고 맡겼더니 형편없는 정부 여당에 실망한 국민들의 ‘분노 폭발’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같은 국민들의 심판은 한 두 번이 아니다. 때론 견제, 때론 균형을 선택해 가며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뜻을 모은다.
 
여당은 왜 졌을까.
 
냉정히 살펴 보면 윤석열 정부가 총선에서 이처럼 참패할 만큼 크게 잘못한 것은 없어 보인다. 한미(韓美) 동맹 강화라든지 한일(韓日) 관계 개선, 노동 교육 의료 개혁 등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 해왔다.
 
큰 정책적 과오도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엄청난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것도 없다. 그런데 왜 이처럼 민심이 성난 것인가.
 
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 리더십이 오늘의 화(禍)를 불렀다는 게 중론이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논란만 해도 국민 눈높이에 맞춰 대통령이 사과하고 넘어갔으면 별 일도 아닐 수 있었다.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건도 야당이 특검 하자고 그 난리를 치면 ‘총선 후 하자’고 했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침묵으로, 무대응으로 넘어가려니 화를 키운 꼴이다.
 
이종섭의 호주대사 임명, 황상무 수석의 회칼 발언 등도 신속히 정리했어야 했다. 화난 민심을 진정시키기보다 무시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야당을 무시한 것도 큰 요인이다. 검사로 평생 범죄와 싸워온 윤 대통령으로서야 수많은 범법 혐의로 수사 재판 중인 이재명 대표를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기가 싫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협치(協治)가 있을 리가 없다. 여기에 거야(巨野)의 사사건건 시비로 국정을 온전히 펼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 인사청문 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한 국무위원이 18명이나 됐다. 노란봉투법 방송3법 양곡관리법 등 거야 입법 독주로 강행된 법률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9차례였다.
 
이런 것들이 모두 선거 판국에서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잘못이나 무능으로 유권자들에게 각인되기 쉽다.
 
이번 총선으로 어떤 일이 빚어질까
 
총선 결과 민주당과 위성 정당, 조국이 이끈 당을 합한 범(汎)야권의 의석은 180을 넘는다.
 
야당이 입법권을 장악하고 정부를 견제하며 국정 운영의 숨통을 죄일 수 있다. 정부 여당은 민주당과 협의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여당 주도의 입법이 어렵고, 예산안 처리도 불가다.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헌재재판관 등의 임명도 어렵다.
 
역대 가장 무기력한 여당이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 5년 내내 여소야대 속에서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기도 어렵다.
 
대통령 임기가 2년 반도 더 남았는데 레임덕 상태에 빠지지 말란 법도 없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정국이 펼쳐질 상황이다.
 
국민이 우선인 여 야(與野)이길 기대할 수밖에 ...
 
먼저 대통령과 여당이 대오각성(大悟覺醒)해야 한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 국정 운영의 대전환을 기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방향이나 철학이 옳더라도 국민과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소통의 정치를 하지 못하면 공염불이다. 야당과의 협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실이나 내각에 소통형 인재를 등용하고, 종래의 ‘일방통행식’ ‘불통형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일이 급하다.
 
선거 후 대통령실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밝힌 “총선 민심을 준엄하게 받아들인다”는 자세가 실행되길 바란다.
 
사상 최대의 거야(巨野)가 된 이재명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도 이젠 비판 견제 위주에서 벗어나 ‘국정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거야가 됐다해서 과거처럼 무리한 입법 독주를 해선 안될 것이고,사사건건 정부 발목을 잡는 행태도 시정해야 할 터이다.

거야라고 해서 정부 무력화에 골몰하거나 민생에 소홀한다면 언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지 모른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윤석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이 4자(者)의 향후 행보에 우리 국민의 삶이 달려있다. 오로지 국민을 보고 하는 정치를 해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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