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확보 안 되면 퇴출 검토해야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가족 나들이가 잦아지고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 기념일이 몰린 5월. 산책이나 운동회 등 야외활동을 하기에도 가장 좋은 계절이다. 코로나 감염 위험이 줄어 마스크 벗고 시원한 바람을 즐길 수 있는 날씨가 고맙다. 하지만 산책로 여건이나 주변 교통이 마냥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차도와 자전거 도로에서 주행해야 하는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가 보행로에서 거침없이 튀어나와 안전을 위협한다. 이용자 안전을 위해 안전모 등 보호장비 착용을 의무화하고 동승자 탑승을 금지했으나 아직도 법규 위반이 다반사로 여겨진다. 최근 공유 전동킥보드 사용자가 늘고 대여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인명 피해를 포함한 교통사고가 급증했다. 오죽하면 전동킥보드를 ‘달리는 흉기’로 부르거나 산간 도로에서 튀어나오는 고라니에 빗대 ‘킥라니’라고 할까.
 
전동킥보드로 통칭하는 개인형 이동장치는 공간이 비좁아 운전자가 균형을 잡기 어려운 데다가 안전모 이외 안전장치가 거의 없다. 그나마 단속이 느슨해 안전모를 사용하는 이용자가 되레 드물다. 대여업체는 자유업으로 분류되는 신고제라서 당국의 관리 감독에 사각지대가 많다. 2021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만 16세 이상, 제2종 원동기장치 이상 면허보유자만 전동킥보드를 주행할 수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대여업체 대부분이 면허인증 절차를 형식상 운영하기 때문이다. 2017년 117건이던 관련사고는 2022년 2386건으로 20배 증가했다. 이중 절반 가량은 무면허 사고였다. 최근 3년 동안 55명이 전동킥보드 사고로 숨지고 5570명이 다쳤다고 한다.
 
지난 4월 경기 용인시의 천변 자전거 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내리막길을 주행하던 30대 운전자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60대 보행자를 치어 나흘 뒤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동킥보드는 자전거 도로로 주행해야 하지만 자전거 겸용 도로에서도 가능하다. 자전거 도로 대부분을 보행자와 자전거, 전동킥보드가 뒤섞여 이용하는 형편이다. 자전거 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전동킥보드가 차도 오른쪽을 이용해야 하는데 대신 보행로를 달리는 경우가 많다. 차도와 인도가 분리되지 않은 길에서는 가장자리로 다녀야 한다.
 
주차도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횡단보도나 버스정류장 근처, 점자블록 위, 어린이보호구역을 피해 교통과 보행에 방해를 주지 않는 안전한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차도, 보행로 주변과 주택, 상가의 문 앞을 가리지 않고 마구 주차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교통사고를 유발하고 교통 약자들의 통행을 방해한다. 서울시는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 방치된 전동킥보드를 주민신고를 받아 견인하고 있는데 워낙 방치된 수량이 많아 30% 정도만 겨우 처리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사고가 빈발, 인명 피해까지 유발하는 전동킥보드에 대해 규제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교통 전문가들은 현행 25km인 최고 속력을 더 낮추고 대여업 신고제를 등록제로 바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건의한다. 도로 이용과 안전모 착용, 속도제한, 주차 등에 관한 단속 강화와 함께 면허인증 절차를 의무화하는 현실적인 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여야 대치가 굳어진 국회에서 어느 세월에 법률을 다시 개정할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서울에만 4만대, 전국 20만대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전동킥보드를 일일이 단속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대여업체들의 안전관리와 수거 의무화가 시급하고 이용자들의 인식 변화가 따라 주어야 하지만 이미 법규 위반과 부주의가 만연한 여건에서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가 행정력과 경찰을 동원해 우선 법규 위반 단속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되 대여업체가 주차 관리와 수거, 인증 등을 책임지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전동킥보드 업체가 난립하고 이용자 법규 위반이 더 확산하기 전에 ‘달리는 흉기’를 제어할 강력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퇴출까지 포함한 단계적 조치를 미리 강구해야 한다. 새로운 경제활동 영역을 키우고 MZ 세대를 포함한 청년층의 요구를 중시하겠다는 안이한 생각에서 안전대책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이미 외국에서는 전동킥보드 퇴출 등 강경책을 도입하고 있다. 파리는 지난해 주민투표를 거쳐 89% 찬성으로 대여 퇴출을 강행했다. 네덜란드는 공공도로에서 이용을 금지했으며 독일 등 지자체에서도 퇴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여업체와 이용자들의 각성을 통해 안전을 강화하려면 퇴출까지 검토하겠다는 당국의 분명한 의지가 서야 한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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