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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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집권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가 지지율 하락세 국면을 타개하고자 도박성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수낵 영국 총리는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깜짝 연설을 통해 “영국이 미래를 선택할 순간(to choose its future)”이라며 7월 4일 총선을 치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수낵 총리는 이날 찰스 3세 국왕과 만나 다음 총선을 위한 의회 해산을 요청했고 찰스 3세가 이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다음 총선은 내년 1월28일까지만 치러지면 되나 총리가 조기에 총선을 치른다고 밝힌 것이다.
앞서 2019년 12월 보리스 존슨 총리 시절 치러졌던 마지막 총선에서는 당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으로 혼란스러운 정국 속 보수당이 하원 650석 중 과반인 365석을 확보해 존슨 총리가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14년간 집권해온 보수당은 최근 제1야당 노동당에 20%p(포인트) 이상 뒤지는 지지율 열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총선 전초전으로 여겨진 지난 2일 지방선거에서도 노동당이 보수당에 압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런데도 조기 총선을 발표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어려움을 겪은 영국 경제가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NYT는 이날 “지난 18개월 동안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이 두 자릿수 차로 앞서고 있는 가운데, 보수당의 패배는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라면서도 이번 깜짝 선거가 “새로운 경제 성장의 조짐이 보이고 있고, 3년 만에 최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는 등의 소식으로 보수당이 권력을 재차 잡을 것(cling to power)이라고 계산 중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낵 총리는 연설에서 “우리가 힘겹게 얻어낸 경제적 안정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수 있는 건 내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뿐”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보호를 여러분께 제공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해낸 성취, 대담한 행동이 자랑스럽고 장래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자신감이 있다”며 “이제 문제는 여러분이 가족과 나라에 안전한 미래를 위해 누굴 믿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NYT는 정치 분석가들을 인용해 “(총선의 승리를 위해) 수낵 총리가 넘어야 할 산은 히말라야 수준(the electoral mountain he must climb is Himalayan)”이라며 경제 약세와 동시에 재앙적 조세정책 도입 등으로 보수당은 현재 노동당에 뒤처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당은 보수당이 집권해온 지난 14년간 물가가 치솟고 치안이 위험해졌으며 공공 서비스에 위기가 왔다면서 정권 교체론을 펼치고 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수낵 총리의 발표 이후 사전 녹화된 영상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려 “보수당 집권 14년을 거쳐 이제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다”며 “혼란을 멈추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 재건을 시작하자”고 독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