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총선 개표 결과 발표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총선 개표 결과 발표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에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당(ANC)이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향후 2주간 연합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IEC)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이번 총선의 최종 개표 결과 ANC는 전체 400석 가운데 159석을 차지했다.
 
백인이 이끄는 친(親)기업 중도우파 제1야당인 민주동맹당(DA)이 87석을 차지했고,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의 신생 정당인 ‘움콘토 위시즈웨’당(MK)이 58석, 급진 좌파 경제자유전사당(EFF)이 39석 등을 차지했다.
 
이밖에 잉카타자유당(IFP)과 애국동맹당(PA)이 각각 17석, 9석을 차지하는 등 총 18개 정당에 의석이 배분됐다.
 
냉전 시기부터 국민당 정권이 실시한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가 지난 1994년 종식된 이후 30년간 7번의 총선에서 ANC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남아공 민주화의 주역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당인 ANC는 1994, 1999년, 2004년, 2009년, 2014년 선거에서 총 60% 이상의 득표율을 거듭 기록했고, 직전 총선이었던 2019년에는 57.7%(230석)를 득표해 정권을 지킨 바 있다.
 
특히 ANC는 이번 선거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5년 전 총선 때보다 17%포인트(p) 이상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높은 빈곤과 실업률, 범죄율 상승, 전력 공급 부족 등 사회적 요소들이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ANC는 처음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남아공은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회 400석을 배분하며 의회 과반의 동의로 대통령을 간선제로 선출한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남아공 국민들은 자신들이 투표한 정당들이 공통점을 찾고 차이점을 극복하여 모두의 이익을 위해 함께 행동하기를 기대한다”며 조속한 연정 구성을 촉구했다.
 
이에 ANC는 연정 구성에 필요한 최소 42석을 확보하기 위해 연정 구성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피킬레 음발룰라 ANC 사무총장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안정적이며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ANC가 내부적으로 그리고 다른 정당들과 앞으로 며칠 동안 연정 협상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어떠한 정당과도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 대표인 라마포사 현 대통령의 퇴진엔 선을 그었다.
 
앞서 주마 전 대통령의 MK 측은 연정 조건으로 라마포사 대통령의 ‘퇴진’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ANC는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음발룰라 사무총장은 “라마포사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를 가지고 우리에게 온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건 안 되는 영역(no-go area)”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과를 두고 “축하할 것이 없다(nothing to celebrate)”며 “우리가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지 않고, 정당으로서 해야 할 많은 일을 미룰 경우 우리 당이 사라지리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당 내 자성의 목소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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