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생존 위한 경쟁력에서 해법 찾아야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새벽 운동 나갈 때 늘 지나쳤던 동네 어귀 김밥집 유리창에 안내문이 붙었다. 지난 12년간 식당을 이용한 고객들에게 건물이 팔려 점포를 그만두게 됐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남겼다. 김밥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식당을 이용한 기억이 겨우 손꼽을 정도였지만 짧지 않은 세월을 애써 버텼던 곳이다. 다른 식당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위기와 함께 운영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래도 새벽부터 심야까지 긴 시간 영업으로 동네 주민과 회사원들을 고객으로 삼고 특히 이른 시간대 인근 공사 현장의 건설노동자들을 단골로 끌어들여 쉬는 날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감사의 말과 함께 폐업일을 미리 고객과 납품 업자들에게 알리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한 뒤 지하철역 주변과 동네 근처 상가의 변화를 돌아보니 적지 않은 점포들이 문을 닫거나 새로 생겨났다. 코로나 여파로 치킨점과 제과점 등 폐업한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우선 떠오른다. 재건축한 아파트 단지와 주상복합건물 신축 상가에 가맹점들이 번듯하게 문을 열었으나 상당수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유동 인구 등 시장 여건을 세심하게 따지지 못하고 막연한 기대 속에 문을 연 탓으로 보인다. 상가 경기가 어려운 탓인지 대략 반경 500m 이내의 시중은행 지점 3곳도 문을 닫았다. 우리은행 지점 2곳과 하나은행 1곳이다. 은행 측은 비대면 거래가 늘고 점포를 찾는 고객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입출금기 등 무인점포까지 싹 치워 현금이 필요한 고객들을 외면했다.
 
반면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커피점이 여기저기 들어섰고 호황 업종으로 통하는 성형외과, 피부과 등 병의원들이 대로변에 부쩍 늘었다. 규격화한 시설을 갖춘 프랜차이즈 가맹점 철수와는 달리 삼겹살이나 김치찌개 김밥 등을 파는 소규모 음식점들은 비교적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작은 점포일수록 제품(맛)과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시장통 경험을 확인해 준다.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켜온 동네 식당에 들어가 보면 평범할 것 같은 삼겹살 하나에도 느낌이 다르고 밥맛에 경쟁력이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은 품질이나 서비스가 좀 떨어져도 손님이 그럭저럭 찾아줘 한동안 점포 유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임대료가 차츰 올라 점포 채산성 유지에 한계가 온다. 대로변 점포들이 경쟁에서 밀려 명멸하는 배경이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중소상인과 가계가 고물가와 고객감소로 장기간 어려움에 빠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1인당 25만원씩 전국민 민생 지원금을 풀자는 주장이 되풀이되고 있다. 예산 13조원이 들어가는 규모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긴급 처방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결과가 뻔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가깝다. 그것도 물가가 뛰는 시기라서 역효과가 더 우려된다. 4년 전 문재인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씩 풀었던 긴급재난지원금과 비슷한 제안이다. 그때 소비자들이 지원금을 받아 앞당겨 쓴 다음 오히려 씀씀이를 줄이는 행태가 신용카드 사용 실적에서 드러났다. 소요 예산에 비해 효과는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이 지원금 받아 소고기 더 먹고 입맛을 돋우었다 해서 자영업이 살아나는 게 아니다. 자영업자들이 채산성을 맞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과도한 비용을 줄이고 자재 수급이나 배달 등 특정 업자들의 횡포를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사업자가 유통 판매 과정에서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공정경쟁 여건부터 확립해야 한다.
 
포장 주문 수수료까지 내라는 배달업체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65% 수준의 지배력을 가진 독과점 기업인 배달의민족이 배달앱을 통한 포장 주문에도 6.8%의 중개이용료(수수료)를 받을 방침이다. 새로 가입하는 점포는 7월부터, 기존 가입점포는 내년 4월부터 받겠다고 한다. 현재 외식업자가 배달앱으로 주문받아 배달 플랫폼을 통해 배달할 때 이미 적잖은 배달료를 물고 있는데 소비자가 매장에 와서 직접 받아 가는 포장 주문에도 앱 수수료를 받겠다는 배짱이다. 많은 자영업자들은 이미 매출액의 3분의 1가량이 배달료로 빠져나간다며 포장 수수료까지 더해지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상인들을 돕는 길은 정치인들이 큰 인심 쓰듯 거론하는 지원금이 아니라 공정경쟁을 위한 시장 여건을 확립하는 데 있다. 정부가 앞장서 독과점 업체들의 횡포를 차단하는 선제 조치를 하고 여야 정치권은 입법을 통해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민생 관련 법안을 외면하고 정치공세에 매달려 툭하면 특검법이나 들고나오는 야당이 바뀌어야 한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특검이 아니라 경제 살리기에 있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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