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케이(K)-푸드의 세계화 가속화로 전 세계 어디서나 한식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즐길 수 있게 됐다. 특히 최근엔 백인들이 냄새를 무척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으로 만든 냉동 김밥이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등 한국 식품에 대한 외국의 열기가 심상치 않다. 불고기, 비밤밥 등 전통적인 인기 품목을 넘어서 이젠 라면 등 분식류까지 세계화하고 있고 고시생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컵밥도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선 간장게장 해 먹기가 유행이라니 실감하기 힘들다.
 
세계적인 축구선수 메시와 베컴이 해외 한식당에 등장하는 등 외국의 유명인사들도 한식을 즐기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BTS) 지민이 먹는 떡볶이, 블랙핑크 로제가 먹는 불닭소스를 먹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대거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한 한인 소녀가 학교 점심시간에 김밥을 직접 만드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8월에는 미 뉴욕타임스가 ‘한식이 수십 년간 이어진 프랑스 요리 시대를 종식시켰다’는 특집 기사에 이어 최근에는 까르보불닭볶음면 품귀 현상을 보도하는 등 외신에서 한식을 다루는 경우가 흔해졌다.
 
이로 인해 한국의 식품 수출이 잘 돼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서도 4월까지 31억 2000만 달러어치가 수출돼 4월 누적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젠 아시아 시장을 넘어서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미국이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유럽은 33%라는 가장 높은 수출 성장세를 보였다.
 
품목별로는 라면 수출액이 가장 많았다. 지난 4월 라면 수출액은 작년 동월보다 무려 46.8%나 증가한 1억859만 달러(약 1천470억원)로 처음으로 월간 기준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일본 라멘의 싸구려 버전으로 인식되던 한국 라면이 이제 고유의 영역을 가진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 같은 라면 수출 급증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날개 돋힌 듯 팔리는 등 한국 라면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다. 불닭복음면은 미국의 유명 래퍼 카다비가 “이 라면을 구하려고 30분을 운전했다"면서 이를 직접 조리해 먹는 영상과 이 라면을 선물로 받은 아이가 감동해서 우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등장하면서 없어서 못 파는 상품이 됐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에서는 ‘팔도 도시락’이 인기를 끌면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인기 덕분에 식품업체들의 해외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최근 5년 연속 해외 매출 실적을 경신한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에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해외 비중이 75%로 높아졌다. 초코파이 재조업체인 오리온도 매출의 63%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냉동 김밥 등으로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CJ제일제당도 2023년 4분기에 처음으로 국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질렀다. 농심, 대상 같은 기업도 해외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K푸드의 성적표는 이처럼 화려하다. 최근 5년 성장률이 글로벌 상위권 식품업체들보다 높고 초코파이와 신라면 같은 원조 스테디셀러에 만두·냉동김밥·불닭볶음면 등의 인기가 잇따르고 있어 K푸드 열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우려도 많다. BTS·오징어게임·기생충 등 K팝, K드라마 인기에 힘입은 단기적인 결과물이 아니냐는 우려다. 사실 한국 식품의 세계시장 점유율 자체가 아직 미미해 현지인이 일반 음식으로 인지할 만큼 산업화했다고 보긴 어렵다. 세계 시장점유율 상위 150개 식품 브랜드 중 한국 브랜드는 2개에 불과하다.

식품문화는 다른 나라에서 자리 잡기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한번 자리를 잡으면 쉽사리 꺼지지 않는다. 특히 식품은 저가 전략에도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특성도 있다. 역사가 긴 한국은 요리의 전통도 깊어 그만큼 미식 문화 발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해외에서 각광 받는 발효 기술을 비롯해 채소 활용 등 세계에 널리 알릴 조리 기법이 많다.

지금은 K푸드가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고 롱런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중요한 시기다. 코카콜라는 탄산음료 하나로, 맥도날드는 햄버거 하나로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우리 기업들도 이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K푸드를 표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경우, 국내 식품기업들도 이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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