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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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막말 충성 경쟁에 경제 실종
이 대표 발언을 확대 재생산한 것은 민주당 내의 일방적인 충성 경쟁으로 보인다. 양 의원은 ‘검찰의 애완견’ 표현에 대해 “애완견에 대한 모독이다. 앞으로 그냥 기레기라고 하면 좋을 것. 애완견이라고 높여줘도 똥오줌 못 가리고 발작 증세를 일으킨다”고 막말을 쏘아댔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애완견(Lap dog)은 감시견(Watch dog)의 반대편 언론일 뿐 비하, 망언 따위 반응이 나올 일이 아니다”라며 대부분 언론이 검찰 주장을 받아쓰기에 분주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양 의원 등 친명계를 ‘독재자’와 ‘조폭’ 등 표현을 동원해 강하게 비판하며 사과와 책임을 요구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 호위무사들이 나서 오물 같은 물을 퍼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력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언론을 애완견과 감시견의 대치 개념으로 분류하는 것이 생소한 말은 아니다. 여기에다 권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반대 세력을 공격하려는 경비견(Guard dog)까지 등장한다. 그러나 ‘여의도 대통령’으로 통하는 다수당 대표가 언론을 애완견에 비유한 발언은 오히려 권력의 오만으로 들린다. 한국기자협회와 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3단체는 이 대표에게 “언론인에 대한 과도한 망언을 사과하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분류를 거꾸로 민주당 내부의 역학 관계에 적용하면 이 대표를 옹호하기에 급급한 세력을 애완견에 비유할 수 있다. 호위무사를 자처한 의원들과 이른바 개딸들로 불리는 강성 지지자들이 그러하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제3자 뇌물죄로 추가 기소되자 앞뒤를 가리지 않고 대대적인 방탄 작전에 나섰다. 대북송금 특검법과 수사기관 무고죄법, 검찰수사 조작방지법 등 검찰을 겨냥한 무더기로 내놓은 데 이어 판사 선출제를 추진하겠다는 기세다.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나오는 수사와 재판을 모두 막겠다는 초법적인 발상이다. 수원지법 1심 재판부를 대상으로 판사 탄핵운동까지 벌이겠다고 한다. 이 정도면 애완견이 아니라 맹견, 즉 경비견에 가깝다.
민주당이 이 대표 방탄에 집중하면서 민생과 경제 살리기를 위한 감세 정책들은 뒤로 밀렸다. 박찬대 원내대표와 고민정 의원 등이 나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비롯한 세제를 개편, 중산층 부담을 줄이고 주거 안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선창했으나 반응이 덤덤하다. 막상 정부와 여당이 사실상 종부세 폐지와 상속세 감세를 제시하자 민주당은 반대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대주주 할증 포함 60%)에서 30% 안팎으로 인하하자고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녀와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물리는 19개국의 최고세율 평균은 26% 수준이며 15개국은 아예 상속세가 없다. 우리나라 상속세 공제 한도는 1997년 이후 28년째 10억원에 묶여 있다. 그 사이 1인당 국민총소득은 3.8배, 물가는 96% 상승했다. 서울 거주 중산층이 아파트 한 채를 상속받을 경우 매우 무거운 세금을 물어야 한다. 성 실장은 종부세에 대해 사실상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상속세 세수(지난해 기준 4조2000억원)를 고려해 당장 폐지는 어렵겠으나 초고가 1주택자와 보유 주택가격의 총합이 고액인 다주택자에게만 물리고 나머지는 없애자는 구상이다. 기업 활동의 영속성을 보장하고 중산층 세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평가받을 만한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재정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 종부세와 상속세를 포함한 세제개편안을 7월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의 아버지’ 찬가까지 등장
그러나 거대 야당의 움직임이 이 대표를 위한 충성 경쟁에 쏠리면서 세제개편은 당분간 한참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민주당 내에서 중도 확장을 위한 감세 정책은 당장 시급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국세청 차장을 지낸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말로는 재정 건전성을 외치면서 부자 감세로 심각한 재정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감세 반대에 나섰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13조원을 들여 모든 국민에게 2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제공하자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반대로 재정 적자를 걱정하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고려, 지지층을 집결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민생을 위한다는 주장이 강경 지지층을 앞세운 충성 바람에 날려 후순위로 밀린 셈이다. 이 대표의 안위가 민생보다 훨씬 중요한 민주당의 존립 기반이라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손바닥 뒤집듯 정책이 바뀌는 민주당과 이를 따라 움직이는 반쪽짜리 국회를 보면 그가 참으로 대단한 권력을 잡았다는 위압감이 든다. 왕조시대 군신 관계를 연상시킨다. 당내에서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찬가까지 나왔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국민이 어디까지, 언제까지 용인할지 두고 보아야겠지만.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