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부동산에서 혁신 동력 살려야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지난 4월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윤석열 정부가 갈피를 못 잡고 혼란에 빠졌다.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위세에 눌려 맥을 잃은 국민의힘은 대표 경선을 놓고 자중지란(自中之亂)을 겪고 있다. 정책을 집행하는 장관들은 툭하면 특검과 국정조사를 들고나오는 야당의 입법 횡포에 주눅이 든 모습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은 20%대로 밀려 정책 추진의 동력을 찾기 어렵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헌정 질서와 안정을 추구하는 여론은 윤 정부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이대로 주저앉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대통령을 겨냥,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회 청원도 기세를 올리고 있다. 내로남불 독선에 빠진 세력을 심판하겠다는 민심이 모여 2022년 대선에서 좌파의 재집권을 어렵게 저지했으나 앞으로 남은 3년이 위태롭게 보인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야당 공세를 막아내기에 급급하고 각부 장관들은 세제개편이나 주택 공급, 연금 개혁 등 주요 정책 추진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이들 혁신 정책을 추진하려면 법률 개정 등 입법 지원이 필요한데 지금 여야관계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윤 대통령이 경감이나 폐지를 제시했던 범정부 차원의 세제개편은 가끔 후속 대책이 나오는가 싶다가도 실행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여론 반대에도 강행한 임대차 3법은 되레 전세를 포함한 임대주택 공급을 심각하게 위축시켜 전·월세값을 올리는 부작용만 키웠다. 임대차 관련 법규를 고쳐 시장 안정을 되찾겠다던 윤 정부의 공언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정부는 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 경제 로드맵’ 역시 어떻게 거야를 설득하고 재원을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임대료 등 부담 경감 대책은 대증요법에 가깝다.
 
‘여의도 대통령’으로 통하는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국회를 장악,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마당에 입법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장관들이 야당 눈치를 살피면서 업무를 등한히 할 수는 없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나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재임 시 민주당이 입법을 강행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맞서 시행령을 고쳐 검수원복( 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을 단행한 전례가 있다. 검찰청법의 하위 법령(시행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법무부가 고쳐 검사의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물론 시행령을 고치려면 상위 법률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지만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면 길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어려울수록 여론 믿고 호소를
 
국토교통부는 유력 정치인으로 떠오른 원희룡 장관이 재임할 때는 부 차원에서 주택 공급 등 부동산 정책을 점검하고 미비점을 보완하려는 의욕을 자주 보였다. 가끔 너무 나간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토지주택공사 사장 출신의 박상우 장관이 취임한 이후로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임대차 관련법 개정을 제시하면서도 시행령 분석과 개정에 관해서는 몸을 사리는 느낌을 준다. 시행령 개정만으로 미흡하다는 판단과 함께 야당과 대립각을 세워 득 될 게 없다는 소극적인 태도가 작용했을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입지가 어려울 때라도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야당을 설득하려는 일관된 논리가 필요하다. 그래야 정책 추진과 법률 개정에 관한 여론이 형성되고 이를 통해 정치권 분위기 변화도 가능해진다.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 종부세와 상속세 개정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배경을 보면 여론 흐름과 정치권 반응을 짐작할 수 있다. 장관들이 지레 몸을 사리고 야당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하면 ‘여의도 대통령’과 휘하 의원들은 정부까지 휘어잡은 줄로 착각, 더 날뛰게 된다. 대통령실과 비서진은 각부 장관들이 일할 수 있도록 성원하는 바람막이 역할을 맡아야 한다. 엉뚱한 곳에서 사고를 치는 일이 없도록 주변 단속 잘하는 것은 기본이다. 대통령 주변에서 물의가 자주 빚어지면 민심이 돌아오기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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