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후텁지근한 장마에다 짜증나는 정치권 뉴스로 스트레스받는 국민들에게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가 체코에서 원전(原電) 강국 프랑스를 꺾고 24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원자력 건설 공사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낭보가 전해진 건 17일 밤.
 
이 소식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선 엄청난 규모의 공사 수주가 유력해졌다는 것이다. 다음은 국제적으로 원전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는 이른바 ‘원전 르네상스’ 시대에 우리 원전 건설 업계에 도약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의미도 있다.
 
또 하나의 의미는 문재인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을 대체한 윤석열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정책’이 빛을 보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중요한 시그널이라고 볼 수있기 때문이다.
 
원전 팀 코리아의 쾌거
 
체코 내각 회의는 만장일치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직후 기자회견에서 “모든 기준에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우수했다”고 평가했다.
 
원전 수주전의 주요 기업은 건설 과정을 총괄하고 시운전을 맡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정부 공기업, 시공을 담당하는 대우건설, 원자로 등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에너빌리티 등이다.
 
이들 기업이 팀 코리아로 똘똘 뭉쳐 이번 쾌거를 이룩해 냈다. 그간의 수주 건설 시공 경험과 우수한 시공 능력이 인정받은 것이다.
 
특히 주목받은 팀 코리아의 특장은 이른바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이다. 정해진 예산으로 적기 시공을 완수하는 시공 능력과 가격 경쟁력이 평가 받은 결과다.
 
지난 2009년 UAE 바카라 원전 수주전에서도 우리는 경쟁 상대국 프랑스보다 20~30% 낮은 공사비에 짧은 공사 기간 등의 조건으로 수주에 성공, 완벽하게 공사를 마친 실적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반면 프랑스는 핀란드 원전 및 자국 공사에서 예정보다 늦어지는 등 팀 코리아에 여러 면에서 약세를 보였다는 평가다.
 
원전 르네상스에 도약 계기
 
국제 사회에서는 바야흐로 ‘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했다고 본다. 기후 변화로 인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가 절실해졌고, 이에 따른 탄소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여기에다 인공지능(AI) 사업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요 또한 급증하는 추세다.
 
현재 17개국에서 60여 개의 원전이 건설 중이고, 이런 추세는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거대한 시장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이번 체코의 승전보는 낭보 중의 낭보라 아니할 수 없다.

탈 원전 정책의 교훈
 
정권이 바뀌면서 원전에 관한 국가 정책도 180도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는 ‘탈 원전’, 윤석열 정부는 ‘원전 생태계 복원’이다.
 
알려진 바로는 문 대통령이 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 탈 원전의 시작이라고 한다.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원전 관련 사업이 크게 위축된다.
 
심지어 대학의 원자력 관련 학과 지원율이 떨어지고, 관련 기업들은 일거리가 없어 사양으로 접어드는 듯 했다.
 
정권이 바뀌어 윤석열 대통령은 ‘탈 원전’ 정책을 폐기한다. ‘원전 생태계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원전 산업을 다시 중시한다.
 
그 결실이 오늘 체코의 거대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아직 우선협상대상임으로 수주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가장 가능성 높은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의 탈 원전은 무모했다. 심지어 이 정책은 국가 자해 행위였다고 극심하게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미쳐 예상하지 못한 원전 르네상스까지 불어 닥침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 정책은 민망한 꼴이 되고 말았다.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결정하면 어떤 사태가 빚어지는지를 우리는 보고있는 중이다.
 
단임(單任) 정권이 임기 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신중한 검토 없이 정책을 결정하는 오류가 있어선 안된다.
 
사실 윤석열 정부도 취임 초기 ‘끼리끼리 나눠 먹기’였다며 R&D 예산을 대대적으로 삭감했다가, 엄청난 부작용이 나타나자 철회하는 실패를 저질렀다.
 
대통령이 영화 보고 정책 결정하고, 기분 나쁘다고 예산 삭감하는 그런 식의 주먹구구식 정책은 사라질 때가 됐다.

체코의 낭보를 교훈삼아 국가 백년대계 정책 결정에 신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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