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금 은 동 색깔의 파리 올림픽 메달 승전고가 우리를 즐겁게 했다. 여기에 더해 젊은 선수들의 입과 행동을 통해 전해지는 말의 성찬(盛饌)에 국민들은 더욱 환호했다.
 
지고도 의연했다. 당찼다. 여유 만만했다. 그리고 세련됐고 수준 높았다.

올림픽 영웅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우린 행복했다. 그들의 듬직한 모습에서 우리 미래의 희망을 보았다. 유난히 더운 여름밤을 식혀주는 청량제였다.
 
그들은 여유만만 했다
 
* 사격 혼성 10m 공기권총 동메달 결정전, 이원호(25)와 오예진(19)은 인도에 아쉽게 졌다. 메달을 따면 이원호는 병역 면제, 오예진의 부진으로 실패.
 
오예진은 경기 후 10여 분이나 눈물을 흘렸다. 자신 때문에 오빠 병역 혜택이 날아갔다는 미안 때문이었으리라.

이원호는 경상도 사투리로 “헤이 헤이 그만 안울래” “아임 파인. 내가 울어야지 왜 네가 울어” 하며 오예진을 달랜다.
 
“너에겐 금메달이 있지만 나에겐 금니가 있다”고 농담을 던지자 오예진도 웃음을 터뜨린다. “울다가 웃으면 엉댕이 뿔난다...”
 
* 펜싱 오상욱은 “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하는 줄 알고 잘 할 수있었다”

사격 김예지는 “괜찮아, 다 나보다 못쏴”라고 여유 부린다. 사격 반효진은 “나도 부족하지만 남도 별거 아니다”며 두둑한 뱃장이다
 
* 양궁 3관왕 김우진은 양궁의 신이라고 불러도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제는 그런 영광스러운 별칭에 어울리는 발자취를 남긴 것 같다”면서도 “나는 다음 올림픽애도 도전할 것이다. 지금에 젖어있지 않겠다. 해 뜨면 마른다”는 감동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MZ 세대는 당찼다
 
* 태권도 여자 57kg급 김유진은 세계랭킹 24위로 무명급. 그러나 그는 5위 4위 1위 2위의 막강 선수들은 차례로 꺾고 올라가 금메달을 거머 쥐었다.

시상대에 선 그는 “랭킹은 아예 신경도 안썼다. 나 자신만 무너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는 명언을 남긴다.
 
*펜싱 도경동은 결승전 중간에 선배 구본길 대신 투입돼 선전했다. 그리고 그는 “질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왜 자신 없이 플레이하느냐. 내가 뒤에 받치고 있으니 마음 놓고 공격하라”는 새카만 후배 도경동의 격려에 “혼났다, 정신이 버쩍 들더라” 라며 구본길은 당찬 후배를 치켜세운다.
 
* 사격 김예지. 주종목 25m 경기에서 0점을 쏴 탈락한 그는 “0점 쐈다고 세상이 무너지나요? 인생에 사격이 전부는 아닙니다”
세련되고 수준 높았다
 
* 탁구 스무살 삐약이 신유빈은 너무나 어른스러웠다. 3,4위전에서 일본 선수에게 4대2로 졌다
.
패배가 확인된 순간 일본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 축하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젊은 멋진 스포츠맨십”이라며 “응원하고 싶은선수”라고 칭송했다.
 
신유빈은 “상대가 모든 면에서 나보다 앞섰다. 그런 실력과 정신력 체력을 갖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인정한다“ 어른스러웠다.
 
* 태권도 박태준. 결승전에서 상대 선수가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경기 재개 후 다시 매트에 쓰러진 상대 선수가 부축을 받으며 나간 뒤에야 승리의 기쁨을 표출한다.
 
시상대에서도 상대를 부축했다. 부상한 상대를 배려하는 세련된 매너였다.
 
MZ 세대, 영 코리아의 특성
 
스포츠에서 보여준 2000년대생 영 코리안의 특성은 언행에서 쿨하고 세련됐다.

과거 한일전(韓日戰)에서 패배하면 현해탄에 빠져 죽으라는 식의 죽기 살기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MZ들은 경기 결과에 목매달지는 않는다. 목표를 향한 도전과 그 과정을 중시하고 즐긴다.
 
그래서 그들은 과정을 중시한다. 공정해야 한다. 배드민턴 안세영의 폭탄 발언도 이런 젊은 세대의 사고에서 표출된 것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유쾌한 반란’이라고나 해야할까. 그는 큰 과제를 던졌다. 발전의 한 모멘트가 되길 바란다.

파리 올림픽은 이처럼 영 코리아의 내재적 긍정성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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