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총 32개 메달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사진은 2024 파리 올림픽 한국 금메달리스트 모습. 사진=뉴시스·AP
▲ 대한민국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총 32개 메달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사진은 2024 파리 올림픽 한국 금메달리스트 모습. 사진=뉴시스·AP
개막식부터 말 많았던 파리올림픽이 한국 선수단의 눈에 띄는 선전으로 한반도 전역을 뜨겁게 달구며 막을 내렸다.

특히 올림픽 개막 전 금메달 5개도 어렵다는 보수적인 관측도 있었지만,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1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금의환향했다.
 
이러한 괄목할 만한 성과 뒤에는 금융그룹들의 든든한 지원이 뒷받침했다.
 
‘유망주에 대한 중장기 지원과 육성’이라는 스포츠 마케팅 철학을 갖고 있는 KB금융은 올해 올림픽 이전에도 ‘From the basic’이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기초종목의 선수들에 대한 후원을 펼쳐왔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수영, 배드민턴, 기계체조, 카누, 육상, 사격, 골프, 농구 등 9개 종목과 국가대표팀 7개, 선수 7명을 후원해 결실을 맺었던 KB금융은 올해 파리올림픽에서도 유망주 육성이란 본질을 저버리지 않고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했다.

그 결과 안세영이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 김원호, 정나은이 혼합복식 은메달을 획득했고, 김우민이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동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신한금융그룹의 후원도 빛났다.
 
탁구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딴 신유빈 선수는 ‘신한 루키 스폰서십’으로 발굴된 선수 중 한명으로, 신한금융은 그가 14세였던 2018년부터 국제 대회 출전을 위한 훈련비 등을 지원해왔다.

유도 여자 57kg 부문에서 은메달을 목을 걸은 허미미 선수의 일화도 화제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허 선수가 독립운동가 허석의 후손이라는 사연을 듣고 지원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한 뒤 그를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한금융의 ‘신한 루키 스폰서십’은 비인기종목 선수들이 비용에 얽매이지 않고 묵묵하게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스포츠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한 행보는 금융권에 국한되지 않고 재계에서도 여실히 빛났다.
 
특히 양궁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가장 국민들에게 지원의 ‘정석’이란 호평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1985년부터 40년 간 한국 양궁을 후원하며 혁신적인 기술과 체계적인 훈련방식이 도입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국내 양궁 훈련장에 국제 대회 경기장을 그대로 재현한 시설물을 제작해 선수들이 경기 환경을 몸에 익힐 수 있도록 지원했고,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서는 슈팅로봇을 개발해 선수들의 실전 감각 유지를 도왔다.

또한 도쿄 올림픽때와 같이 이번에도 경기가 열릴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진천선수촌에 건설하고, 경기장에서 사용될 음향,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한 모의대회를 치르는 등의 다양한 지원을 펼쳤다.
 
이러한 지원들은 단순한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정의선 회장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개막 전부터 선수들의 훈련장과 식사, 컨디션 등을 챙겼으며, 양궁의 주요 경기를 마지막까지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임시현 선수는 최근 한국체육대학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의선 회장님이 직접 선수들이 먹는 것도 많이 챙겨 주시고, 여러 가지로 신경써주신다”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지만, 부담감은 안줘서 좋은 경기력을 낼 수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한 기업과 금융권의 금빛 후원을 두고 국민들은 환호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과 일부 협회가 보여온 비상식적인 행보에 대해선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최근 선수단이 귀국할 당시 공항 내 그레이트홀에서 해단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체육회가 입국장에서 행사를 간소화해 마무리하면서 제대로 된 축하를 못 받았다는 비판이 일은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체육회 측은 행사 장소 이동에 따른 혼잡, 안전 등을 고려하여 부득이 애초 계획된 입국장에서 행사를 축소, 진행하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이기흥 회장과 유인촌 장관이 체육계 주요 사안을 두고 대립해온 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일부 종목의 협회가 보인 비상식적인 행보는 국민들로 하여금 분노로 직결되면서, ‘해단하라’는 과격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를 두고 스포츠계에서는 어른들의 기싸움으로 축하 받아야 될 선수들의 잔칫상이 엎어지는 볼썽사나운 싸움은 이제 멈춰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해결해야 될 현안에 대해 대승적 차원이란 미명 아래 조사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선수 중심’에서 생각해야 된다는 것이다. 해결해야 될 현안이 체육회장 연임 외에도 많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은 엘리트 스포츠에서 생활 체육 쪽으로 저변이 넓혀지면서 선수 수급 등의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스포츠 인사들은 고등학교 운동부가 사라지고 있고, 이에 대한 여파로 대학교 운동부까지 존립이 위기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와 함께 공정성 담보다.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상규 중앙대학교 총장은 최근 유인촌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대학이 발전기금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운동부를 운영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고, 스포츠계에서는 각 협회들의 파벌주의와 불공정 행태에 대한 철저한 근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답은 아직 미지수인 상황이다. 유인촌 장관은 최근 학교체육 활성화 포럼에 참석해 내년 예산에 확실히 반영시킬 것이라고 밝혔지만, 얼마나 어떻게 지원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하나 따기 위해서는 선수가 흘릴 수 많은 땀방울과 함께 그를 뒷받침해줄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자명한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키다리아저씨’를 자처하며 지원을 해왔다면 이젠 정부의 시간이다. 4년 뒤에 열릴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현장의 목소리 듣고 앞으로의 정책에 반영하고, 체육계의 잘못된 부분도 개선해서 선수들이 더 이상 경기장 밖에서 불합리한 대우와 싸우지 않게 든든한 빽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음에도 멋진 경기를 보여주면서 국민들에게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어준 모든 선수들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수십년 넘게 묵묵하게 뒤에서 후원해온 수 많은 기업과 금융그룹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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