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승리 경제산업부 기자
▲ 서승리 경제산업부 기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외곽지역에서의 매수세도 점차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2666건에 그쳤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월부터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달 13일 기준 7257건 까지 증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수도권 주택시장 증가세가 자연스러운 시장의 공급 수요 법칙이 아닌 ‘패닉 바잉’ 현상에 가깝다는 것이다.
 
“지금이 사지 않으면 조만간 더 가격이 오른다”라는 심리가 주택시장에 작용하며 마치 지난 2020~2021년 집값 폭등세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이 같은 패닉바잉 현상은 가계대출 증가세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급격하게 증가한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의 가파른 증가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의 ‘2024년 7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 보다 5조3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앞서 가계대출 증가세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보다 3000억원 가량 많은 5조6000억원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를 두고 한국은행은 “5월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증가한 아파트 등의 주택 매매 거래가 시차를 두고 주담대 실행으로 이어졌다”며 “대출금리 하락 및 지속적인 정책대출 공급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대출금리를 인상해왔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에만 주요 시중은행들과 인터넷은행들은 최소 한 차례에서 많게는 네 차례까지 대출금리를 인상해왔다. 그 결과 한 때 2%대에 머물렀던 금리 하단이 3%대로 올라서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에도 가계대출의 증가세에는 변화가 없었다.

하반기 금리 인하가 가까워졌다는 기대 심리의 반영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며 아무리 자체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려도 그 효과가 반감되는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가까워진 상황에서 시장금리는 내려가지만, 대출금리는 올라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또한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 시점을 2개월 연기하며, 한도가 줄어들기 전 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들의 ‘막차’ 수요가 몰리는 것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주택시장에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지난 4월부터 나타나고 있었음에도 DSR 2단계 시행 시점을 2개월 연기한 것은 금융당국의 오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 CSI 지표를 참고하면, 지난 4월 해당 지표는 101로 올해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6월과 7월에는 각각 108. 115를 기록한 것이다. 해당 지수는 100보다 높은 경우 1년 뒤 현재보다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구가 더 많음을 의미한다.
 
심지어는 9월 DSR 2단계가 시행된다고 가정해도 이미 시장에서는 선반영으로 인해 그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금리 인상만으로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에 어려워진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그린벨트까지 해제하며 주택공급대책을 내놨지만, 분양 시점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의 효과는 적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실제 대출 수요가 있는 차주들에게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금 금리는 지속 하락세를 보이지만, 대출이 필요한 차주들은 시장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은행에 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문제 해결의 공은 금융당국으로 넘어갔다. 금리 조정을 통해 단순하게 가계부채를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매번 가계부채에 경고등이 들어올 때마다 은행들에게 금리를 ‘올려라 내려라’ 하는 ‘관치 금리’가 아닌 일관성 있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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