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이번 추석을 전후해서 두 가지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영원한 시민운동가’로 불리던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의 부음 소식이었다.

또 하나는 추석 명절 휴가비 중 절반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의 얘기다.
 
이 두 분이 주는 메시지는 동일한 면이 있어서다. 왜 우리는 국회의원들에게 과도한 특권 특혜를 부여하는가, 그리고 그렇게 많은 돈을 국민들의 혈세로 그들에게 지급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묵은 담론을 새삼 일깨운 계기였다.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장 위원장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이 제정돼 10억원이 넘는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으나 청구하지 않는다.

그는 “나만 민주화 운동 했느냐. 대한민국 국민 중 민주화 과정에서 최루탄 가스 안마신 사람 있느냐”라며 보상금을 사양했다.
 
장 원장은 생전에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에 주력하기도 했다. ‘연봉이 1억5000만 원을 넘고 180여 가지의 갖가지 특혜 특권을 누리면서도, 정쟁에만 눈이 어두운 국회의원들에 대한 특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애 의원은 추석 이틀 전인 지난 12일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424만7940원의 명절휴가비가 못내 부끄러웠다.
 
그는 “한 일도 없는데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날짜만 되면 또박또박 들어오는 돈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그는 명절 휴가비 절반은 약자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재선인 김 의원은 초선 때부터 세비 30%를 기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입 벌어지는 국회의원 특혜, 특권들
 
국민 혈세로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되는 돈을 살펴보자. 한달 봉급 격인 일반수당은 707만9900원. 일반수당 말고 매달 관리업무수당으로 63만7190원, 정액급식비로 14만원, 1월과 7월엔 정근수당 353만9950원씩을 받는다.
 
여기에다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매달 400여만원을 받는다. 연간으로 치면 1억5691만원이 국회의원 1명에게 주어진다.
 
돈 말고도 KTX 특실, 항공기 비즈니스석이 나랏 돈으로 제공된다. 툭하면 갖가지 명목으로 호화 해외여행도 간다. 이런 저런 온갖 특혜가 무려 186가지란다.
 
이런 세비는 의정활동과는 상관없이 주어진다. 놀고 먹어도 세비는 지급된다. 이곳에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회의원에 당선만 되면 임기 종료시까지 세비와 특혜가 주어진다.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여도 상관없다. 회의 중 코인 거래를 해도 세비는 나간다.
 
범법 행위로 구속이 되어도 확정판결 전에는 혈세로 그들을 먹여 살린다.
 
비리나 범죄 행위로 수사를 받거나 기소돼도 불체포특권으로 구속을 면한다. 민간인이라면 즉시 구속, 법정구속 될 사안도 국회의원은 예외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이 그들에겐 예외다.

온갖 허위 정보나 거짓 사실을 유포해도 국회의원은 면책특권 뒤에 숨는다. 해괴망칙한 허위 정보를 온 국민에게 말해놓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면책특권 탓이다. 요즘엔 ‘합리적 의심’이라는 요상한 단어를 만들어 거짓 정보 유포를 합리화한다.
 
퇴임 후의 대통령 특혜 예우도 문제
 
윤석열 대통령 퇴임 후 사저 경호 시설 신축 사업에 약 14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경호 시설 부지 매입과 신축에 6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대통령은 퇴임하면 재임시 연봉의 95% 상당의 비과세 연금과 4억원의 예우 보조금, 비서진과 차량, 해외여행 의료 간병 지원금 등이 세금으로 지급된다.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고, 성과를 냈는가와는 전혀 상관없이 지급된다. 마치 왕조 시대 상왕(上王)처럼 대접한다.
 
미국의 퇴임 대통령은 현역 때의 절반, 영국은 25%의 연금이 지급된다. 사저 매입이나 신축 수리 등에 국민 혈세가 지급되는 일을 상상도 할 수 없다.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국회의원과 퇴임 후의 대통령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하고, 특혜 특권을 부여하는지 알 수 없다.
 
허구헌날 정쟁으로 지새우는 국회의원들, 별 성과 실적도 없이 임기만 채운 대통령을 우리는 언제까지 세계 최고의 대우를 해야 하는다.
 
장기표 원장이 생전 추진하던 ‘국회의원 특권 폐지운동’이 살아났으면 한다.
 
특혜 특권의 과감한 철폐가 필요하다

 
한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없애자고 주장한 바 있다.

한동훈 대표도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과 재판 기간 중 세비 반환등 특권 내려놓기를 주장했다. 말로만 말고 실행에 옮기기를 바란다.
 
사실 이런 특권 철폐나 축소 문제를 혜택을 누리는 당사자들에게 맡기는 건 넌센스다.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양식 있고 용기 있는 시민사회단체가 나서야 한다.
 
의정활동을 감시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실행해 보자. 법령을 고쳐야 한다면 입법 청원 운동을 벌이자.
 
문제는 이를 추진할 동력이 필요한데 쉽지 않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활발하던 시민운동이 사리진지 오래다. 복원돼야 한다.
 
용기 있는 시민운동가의 출현을 기대해 볼 때가 됐다. 이대로는 안된다. 여기에 양심이 살아있고, 때 묻지 않은 젊은 국회의원들이 힘을 보탠다면 못할 것도 없다.
 
그리고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세대가 분발하면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본다.
 
특혜에 안주하고, 이를 만끽하는 구태 정치인들에게 나라와 국민들이 언제까지 끌려다닐 것인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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