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서울 집값이 지난 8월에 오른 걸까, 내린 걸까? 같은 기간 아파트 값 통계가 집계 기관에 따라 정반대로 나오면서 혼란이 일고 있다. 인용 통계에 따라 시장 분석이 엇갈린다는 점에서 내 집 마련 시점을 고민 중인 실수요자에게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은 지난 8월 서울 아파트값이 7월보다 1.27% 올라, 5년 11개월 만에 월간 기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국으로도 9개월 만에 최대폭인 0.33%가 오른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민간 통계는 지난 8월 집값이 하락 반전했다는 정반대 분석을 내놓았다. 민간 협회인 공인중개사협회는 서울이 4.5%나 하락했고, 수도권도 4.4% 떨어졌다고 밝혔다. 다만 지방은 0.7%가 내리는데 그쳐 전국으로 1.9%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두 조사기관 간 8월 집값 동향 결과가 이처럼 정반대로 나온 것은 조사 방식에 따른 시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새롭게 집값 통계를 내놓기 시작한 공인중개사협회는 아파트 매매가를 지수화하지 않고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월별 평균 가격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8월 한 달 동안의 집값 동향도 전국의 공인중개사들이 거래정보망을 통해 계약한 내용을 매일매일 집계해서 다음 날 반영해 산출한 것이다. 그러니 집값 시장 동향을 빨리 반영한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에 한국부동산원은 국토부 부동산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한다. 국토부 실거래가는 ‘신고일’을 기준으로 집계하기 때문에 계약 완료 후 신고까지 최장 1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또 실거래가 신고를 받은 국토부가 1~2일간 데이터 통계화 작업을 실시한다. 이처럼 시차가 있다 보니 부동산원은 조사 요원들의 설문 조사 시세를 가미한다. 또 이를 지수화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보정을 통해 과도한 통계 변화를 통제한다. 그렇지만 부동산원 통계가 공인중개사협회보다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각각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협회처럼 시장 동향을 바로 반영하면 체감 통계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협회의 집계 방식은 부동산원과 달리 주택 거래 가운데, 분양과 직거래 등 중개사를 통하지 않는 거래를 포함하지 못한다. 게다가 통계에 잡히는 거래정보망시스템을 쓰지 않는 중개사도 적지 않다. 중개사협회는 협회 통계에 잡히는 데이터가 모든 부동산 거래량의 55% 정도라고 추산했다
 
그러다 보니 중개사협회 통계의 지역별 가격 변동 편차가 너무 심하게 나타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협회는 자신들의 실시간 통계 자료와 한 달 이후 집계가 끝나는 국토부 실거래가 를 비교한 결과 아파트는 98%, 비아파트는 93%의 일치율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중개사협회의 8월 통계가 부동산원의 9월 통계에 어느 정도 표출될지 관심이 쏠렸는데 한국부동산원이 26일 발표한 9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27주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상승 폭이 이달 들어 4주 연속 둔화됐다. 8월 둘째 주(8월 12일 기준)에 0.32% 상승률로 5년 1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매매갸격은 이달 들어 9일 0.23%, 16일 0.16%, 23일 0.12%로 상승률이 눈에 띄게 둔화됐다.
 
특히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석 달 만에 매매 거래량을 넘어섰고 매매수급지수도 8월 들째주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지난 6월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던 시장 분위기가 8월을 계기로 잠잠해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8월이 일반적으로 매매가 부진한 휴가철 인데다 최근 가격 상승에 따른 피로감, 8·8 부동산 억제 대책,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추가 대출 억제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상승세가 하락으로 반전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매매수급지수가 여전히 100을 넘어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등 시장 내 상승 요인이 더 많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주택 준공(입주) 실적은 1만 316가구로 작년 7월보다 50.6% 감소했고 특히 서울은 이 기간 9387가구에서 2556가구로 72.8%나 줄었다.
 
게다가 미국의 기준금리 빅 컷으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하도 가까워졌다. 한국은행은 26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대출 금리가 0.25 %p 하락하면 전국 주택가격은 1년 이후 0.43 %p, 서울지역은 0.83 %p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래서 현시점에서 집값 상승의 최대 변수는 기준금리 인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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