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승리 경제산업부 기자
▲ 서승리 경제산업부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밸류업 정책의 핵심인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지난달 24일 공개됐지만,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에 대한 모호한 기준 등으로 시장에서는 싸늘한 반응만 나오고 있다.

특히 밸류업 공시와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제외된 반면, 오히려 주주환원 정책과는 거리가 먼 종목들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준 선정이 모호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KB금융은 올해 5월 밸류업 예고 공시를 진행하고 총 7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주주 환원책을 발표했으며, 하나금융도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맞춰 30%대의 환원율과 6% 내외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밸류업 정책 취지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지수에 편입되지 않았다. 반면, 주주환원에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았던 엔씨소프트나 SM엔터, 두산밥캣 등이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면서 논란은 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밸류업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중 배당수익률이 2%를 하회하는 종목이 53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배당 성향이 20%를 하회하는 종목의 비율도 54%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년 합산 흑자를 충족하지 못한 SK하이닉스가 특례를 통해 지수에 편입된 반면, 콜마홀딩스가 수익성 최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수 편입에 제외됐다는 점을 두고서 ‘고무줄 잣대’라는 혹평까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거래소 측은 지수 발표 이틀 만에 긴급 브리핑을 열고 KB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요건 미달로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지 못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또한 연내 조기 종목 변경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시장에서는 밸류업 지수에 대한 신뢰도 저하 문제와 연계 ETF 상품을 준비하는 자산운용업계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양태영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이 브리핑 당시 “밸류업 지수만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하 질적 요건을 도입해 시총 상위기업이라도 배재될 수 있는 차별성이 반영됐다”고 언급했으나, 실제 객관적 지표만으로 따져봐도 차별성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 중 코스피 55종목이 코스피200에 포함되면서, 기존 코스피200 지수 등과 큰 차별점이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꽃 ‘밸류업 지수’가 과거 지향적인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느정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겠지만, 기업의 미래지향적인 판단 근거로 밸류업 공시를 더욱 적극 반영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또한 기업의 자율에 맡기지 말고 적극적인 밸류업 공시를 위한 유인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초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이후 현재까지 구체적 내용을 담은 밸류업 공시를 한 상장사는 13곳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공시 대상 중 0.5% 수준이다.
 
반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경우 지난해 4월 PBR 1배 미만 상장사에 주가 부양과 관련한 계획을 내라고 요구했고, 상장사들은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그 결과 닛케이지수 PBR이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밸류업 지수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효성있는 보안을 통해 시장과 투자자들의 마음이 돌아설 수 있게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조기에 종목 구성을 변경하겠다는 일회성 대응 방안이 아닌 시장과 투자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더 정밀하고 일관성 있는 보완이 추가돼야 할 것이다.
 
밸류업 지수를 통해 한국 증시의 위상이 높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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