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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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 난 병력자원 보완책 시급
좁은 산길을 오르지 못해 물품 운반에 애를 먹던 미군은 인력지원을 요청했고 이승만 정부는 1950년 긴급명령 제6호를 내려 민간인을 징발했다. 각 지역에서 징집 연령이 넘은 35~60세의 민간인을 모아 노무단을 구성, 험준한 산악 오지까지 미군과 한국군을 위한 탄약과 식량 운반을 맡겼다. 실제로는 10대 청소년이나 60세 이상 고령자들도 노무단에 포함돼 물자보급은 물론 도로 보수와 참호 파기, 진지 구축, 철조망 설치 등 위험한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전선 전투부대에 배속된 지게부대 노무자들은 군번이나 무기를 지급받지 못한 비전투요원 신분으로 총탄이 빗발치는 현장에서 조국을 지키기 위한 영웅적인 헌신을 했다.
지난해 7월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이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지게부대원 위령비 제막식이 열렸다. 다부동 전투에서 1개 대대에 50~60명의 노무자들이 있었고 전쟁 기간 약 30만명이 참여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정확한 실상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미 8군 사령관이었던 밴 플리트 장군은 회고록에서 “만약 지게부대(A-frame Army)가 없었더라면 최소 10만명의 미군을 추가로 파병해야 했을 것”이라고 그 헌신을 높이 평가했다.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이 얼마 전 군 병력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50·60 세대를 활용해 경계 및 행정·취사·청소 등 전투지원 업무를 맡기자는 제안을 했다. ‘5060 군 경계병 법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다. 좌우 진영대결로 갈려있는 온라인 공간에서 벌써 찬반 여론전이 뜨겁다. ‘군대 갔다 온 세대를 또 징집하자는 발상’이라거나 ‘지지 세대 결집을 노린 꼼수’라는 등 반대가 먼저 떴다. 하지만 병력자원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을 감안하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지지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비교적 국가관이 뚜렷한 50·60세대에 지원 업무를 맡겨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2002년 69만명에 달했던 국군이 올해 50만명, 2039년 39만명, 2043년 33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나온다. 이미 복무 현장에서는 전방 경계병 부족이 심각해 중대마다 몇 명씩 배치됐던 중대 계원이 사라졌고 육군 사단본부 병사를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라고 한다. 조리병 부족으로 민간 조리사 고용이 늘고 일부 병영은 외부 업체에 외주를 주는 곳도 있다. 주한미군은 이미 기지 외곽 경계 및 외부인 출입 통제를 계약을 통해 국내 민간업체에 맡겼다. 이 계약을 따내기 위한 경쟁도 간단치 않다.
군 전력 강화 큰 틀에 지원업무 맞춰야
젊은 층 못지않은 건강을 유지하면서 퇴직 후 새 일자리를 찾기 원하는 50·60 세대에게는 군 지원 업무가 괜찮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민간 고용에 필요한 예산은 앞으로 병력 감축 등으로 인건비가 줄어들 것을 예상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준으로 판단된다. 내년이면 병장 월급이 200만원 수준으로 오른다는 소식에 다시 군에 가면 어떻겠느냐는 노년층 의견도 온라인에 뜬다. 반은 농담이겠지만 마음은 아직 팔팔한 세대다. 지난해 출범한 민간 군사훈련단체 ‘시니어 아미’는 군사 지원업무에 강한 관심을 보였다. 회원 평균연령 63세의 이 단체는 “나라를 지킬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원봉사로 경계근무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였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민간인을 계약직이나 군무원으로 채용할 경우 군 지휘와 작전·보안 등 주요 업무에서 변화가 불가피하다. 최첨단 무기와 장비 도입에 맞춰 병사와 간부들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민간 지원 업무의 변화도 따른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유사한 단기 목표에 집착할 게 아니라 군 현대화라는 큰 그림 안에서 병력자원 감소에 대비하고 국방 역량을 높이는 전략이 요구된다. 지게부대 정신을 살린 민간 지원이 국방의 한몫을 너끈히 담당하리라 기대한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