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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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을 체벌로 훈육하는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2000년 국제 인도주의 기구인 세계여성정상기금(WWSF)가 11월 19일을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한 이후, 한국도 이를 받아들여 2007년부터 이날을 ‘아동학대 예방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날이 만들어진 지 18년이 흘렀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아동학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안타까운 사건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대다수의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3년 동안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134명에 달하는데, 이 중 80% 이상은 가정에서 일어난 학대다. 재학대 사례 역시 97.4%는 부모에 의한 것이다.
가정에서 이뤄지는 아동학대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2021년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대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훈육과 학대의 차이에 대한 무지’로 무려 36%에 달했다. 2위는 ‘양육 지식 및 기술 부족’ 30%고, 3위는 ‘부모 역할에 대한 무지’로 28%다.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학대를 위한 고의적 학대가 아닌 ‘무지’와 ‘기술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랑하는 자녀를 올바르게 훈육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으로도 볼 수 있다.
가족 구성원의 축소로 인해 이러한 부모로서의 무지와 기술 부족이 나타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대가족을 이루던 시기에는 조부모는 물론이고 형제, 자매들까지 여럿 존재해 가정 내에서 자연스럽게 양육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소가족 형태를 띄는 가정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양육에 대한 지식 습득이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 변화 역시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통과하기 전 학생들이 교사로부터 체벌을 당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러한 영향 탓인지, 가정에서도 자녀의 체벌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고, 학교에서 학생들에 대한 체벌이 금지되면서 가정에서도 체벌이 금기시되는 풍토가 자리 잡아갔다.
이러한 인식 변화에도 불구하고 양육에 대한 지식과 교육은 발맞춰 나가지 못했다.
사회는 아동 훈육 방식에 대해 보다 성숙함을 요구하는 반면, 자녀를 낳고 기르는 부모들은 오히려 더 서툴러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훈육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이 선택한 방법은 가장 손쉬운 ‘체벌’이 되어버렸고, 적정 체벌의 기준이라는 것이 없다 보니 체벌의 강도가 증장 되어 가다가 안타까운 사고가 벌어지곤 한다.
이와 관련해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이는 성장하면서 여러 가지 폭풍 같은 성장의 단계를 밟는데, 그 성장의 단계 때마다 부모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니까 가장 손쉬운 매로 통제하는 것”이라면서 “잘못했을 때 매를 대기 때문에 이는 처벌하고 똑같다. 하지만 이 처벌이 폭력이다. 사람을 한 대 때리든 열 대 때리든 똑같이 폭력인데 이런 부분이 학대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자녀를 훈육할 때 매를 드는 것은 쉽지만, 아이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은 어렵다. ‘사랑의 매’라는 말이 있지만, 그 사랑의 매에 맞아 죽는 아이도 존재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에 발맞춰 부모의 양육 지식이 쌓이지 않는다면 아동학대로 인한 안타까운 소식은 줄지 않을 것이다.
‘인구절벽’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태어난 아이를 잘 양육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