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던 무기 중 하나인 ‘외교’부문에서도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큰 위기를 맞았다.
 
특히 한미일 안보 동맹에서 큰 축을 담당했던 대한민국이 탄핵 정국에 빠지면서 격랑에 휘말릴 것이라는 분석도 속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12일(현지시간)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CSIS 온라인 대담 코너 ‘캐피털 케이블’에서 “(비상계엄 후 탄핵 정국은) 한미 동맹에 있어서도 최악의 시나리오(worst case scenario)”라고 밝혔다.
 
차 석좌는 “전날 CSIS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참모 출신 인사들과 만났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100일 아닌 100시간 안에 주한미군, 관세, 반도체 관련 법 등 한국에 영향을 끼칠 수많은 사안(raft of policy moves)이 쏟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과) 협상할 인물이 한국에 아무도 없다(nobody at home)”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본다. 내년 여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특히 자명하게 미국 동맹 및 파트너들에게 광범위한 관세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뒤 한국이 미국과 무역에서 상당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조합이라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시) 한국에 10% 이상 관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차 석좌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곧바로 한국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한국 정국이 수습되기 전에 부과될 것이라고 본다”며 “(전 세계) 모두가 마러라고(트럼프 당선인 자택)나 백악관에 가서 거래를 시도하는데 한국에는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이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으로 한국에 연간 100억 달러를 요구하겠다고 공언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고위급 정치인 간 교류가 필요한 사안인데 중단기적으로 이런 교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탄핵소추 위기가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는 “최근 한국은 민주주의, 경제안보 측면에서 대외관계를 재설정해왔고 역내 주요 국가로 떠오르고 있었다”며 “그러나 지도자가 없다면 상황은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지위가) 몇 년 전으로 쇠퇴할 수 있다”며 “한국이 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이 지난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한 정치권 혼란에 윤 대통령의 큰 무기였던 한미일 간 ‘외교’ 전략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내년 1월 취임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뿐 아니라 일본 정부 또한 대한(對韓) 외교 방향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윤 정권 아래 한일 관계는 개선된 흐름을 이어왔지만,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어 앞날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 10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윤 대통령이 10, 11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정상이 상대국을 서로 방문하는 셔틀 외교를 계속할 것을 확인했으나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곤란해졌다”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내년 1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방한 계획에 관해서도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며 한일 관계에 대한 위기감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신문은 이 중 한국 야당의 탄핵소추안에 ‘일본 중심의 외교정책’이 탄핵소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명기되면서 일본 정부 내에서는 “한국 내 대립에 휘말릴 우려가 있어 당분간 움직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과 일본 외교부 장관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도 한일 관계의 중요성엔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 11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이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통화한 뒤 취재진에게 조 장관에게서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며 “중요한 것은 역내 평화와 안정 등과 관련해 한일 양국이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북한과 관련해 한일, 한미일이 긴밀히 공조해 대응하기로 조 장관과 합의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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