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채 주필
postmaster@todaykorea.co.kr
기자페이지
우리나라는 마침내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이른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내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저출생 문제와 맞물리면서 시기가 앞당겨졌다.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불과 7년 만이다. 영국(50년), 프랑스(39년), 미국(15년) 등 서구 국가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10년)보다도 빨랐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젠 노동력 공급 감소로 인한 생산성 약화와 경제성장률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령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당면한 과제가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생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노동 공급 감소에 따른 생산성 약화가 불가피, 2047년부터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너스 성장을 막거나 늦추려면 이민자와 여성 활용률을 더 높이고 노인의 연령 기준과 함께 정년을 늘려 건강한 중·고령층이 더 오래 일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약 40년 뒤인 2066년에는 생산가능 인구와 노인 인구가 역전돼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 1명 이상을 부양해야 한다. 이런 나라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계속 줄어들 것이 분명한 세수 감소에 대비, 각종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노인 기준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높이고 정년을 연장. 고령자도 일을 하도록 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정년 연장은 노인들로 하여금 세금과 연금을 지속적으로 납부하게 해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되고 연금 고갈 시점도 늦출 수 있다. 또한 노인 부양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층의 일자리가 축소되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등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그대로 둔 채 정년만 연장하면 오히려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져 청년취업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또한 노사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세대 간에도 시각차가 존재한다.
또한 법적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 간 괴리로 인한 소득 공백 기간도 줄여야 한다. 오는 2055년이면 국민연금 재정도 내는 사람보다 받아가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서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그래서 국민연금 개혁도 시급하다. 하지만 정년연장 문제는 인구구조 뿐만 아니라 국가재정, 노동시장, 고용형태, 연금, 노인복지 등 여러 분야와 복잡하게 얽혀있다. 역대 정부가 정년 연장과 노인 기준연령 상향을 검토했지만 흐지부지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비상계엄을 둘러싼 각종 ‘탄핵소추’ 사태로 정치적 상황이 격화하면서 인구문제를 총괄,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인구부 신설 작업이 멈춤 상태에 돌입하는 등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극한적인 여야 대치는 물론이고 지난 3일에는 한국노총마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선언, 내년 3월 인구부를 출범시키려던 정부조직법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 논의가 중단됐다. 인구부 관련 법령 및 규정의 제·개정을 지원하고, 예산 편성과 청사 확보를 준비하는 국무총리 소속의 인구부 설립 추진단 상황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고령화 속도가 무척 빠르고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해 시급하고 심각한 각종 문제들이 줄줄이 노정될 것이라는 점이다. 노동력 공급 감소로 세수는 줄어드는데 의료 등 각종 사회보장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고 노인 빈곤율이 악화하는 등 고령화 대응방안이 사회 전 분야에서 요구될 것이다. 노인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질 개선, 스마트 헬스케어 도입, 지속 가능한 연금 개혁 등은 초고령 사회의 연착륙을 위한 필수 과제다.
고령화는 장기적으로 소득 불평등에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고령화 속도가 유지될 경우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2036년에 30%, 2054년에는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더 빨라질 수도 있다. 고통스럽다고 즉각 행동하지 않고 주춤거리면 그 짐은 다음 세대가 짊어지게 될 것이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