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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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발언은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시된 리그오브레전드(롤)의 프로팀 T1 소속의 게이머들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의 일부다.
이는 국내 e스포츠 커뮤니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로, 국내 팀 T1을 향한 모욕성의 글이 많은 상황이다.
T1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e스포츠 국제 대회인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5회 우승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속 선수들은 과도한 비난과 인신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구마유시’ 이민형 선수를 향한 악플의 수위가 지나친 상황이다.
이민형 선수에 대한 악플은 T1의 팬을 표방하는 한 국내 커뮤니티에서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해당 선수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를 넘은 표현들을 쏟아내고 있다.
더구나 해당 표현들은 선수 개인의 실력에 대한 비판, 피드백보다는 선수의 외모에 대한 조롱, 가족에 대한 욕설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다른 팬들의 눈살마저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구마유시 개인에 대한 비방도 모자라 그를 응원하는 팬을 향해서도 ‘낮은 지능’을 가졌다는 등 모욕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으며, 여러 온라인 공간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저속한 표현을 쏟아내고 있어 e스포츠 팬 문화 전체를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T1의 롤드컵 2연승을 축하 영상에서 구마유시에 대한 내용이 중심으로 소개되자 해당 영상에 악플을 달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해당 영상의 제작자인 김성회씨는 이에 대해 “욕설을 걸러주는 필터링에 걸리는 악플들이 평소보다 빈도나 강도가 훨씬 세고 많았다”며 “악플단이랑 일반 시청자가 댓글로 고지전을 벌이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는 구마유시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까지 T1 소속이었던 ‘제우스’ 최우제 선수 역시 한화생명e스포츠로 팀을 옮기는 과정에 있어서 ‘배신자’ 프레임이 씌워지는 등 원색적인 비난에 직면해야만 했다.
물론 제우스 선수의 이적을 놓고 양 팀 간의 일부 마찰이 이는 모습이 일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 팬들은 일부 팬들은 기존 팀 멤버들 간의 근거 없는 불화설을 퍼트리는 등 선수 개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표현을 무책임하게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T1 소속의 페이커 선수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제우스 선수에 대한 반응이나 그런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서로 비난하고 하는 것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며 “생각이 갈리기 때문에 누군가는 뭐라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반대할 수 있지만 그러려니 하고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좀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물론 e스포츠도 하나의 스포츠로서 팀이나 선수의 부진에 대한 비판은 팬으로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간혹 사람들은 스포츠 경기에서 실책하여 득점의 기회를 놓치거나 실점하는 선수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쓴소리를 내뱉기도 하며 팀 또한 이러한 비판은 수용하고 팬에게 더 나은 경기력으로 보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e스포츠에서 나타나고 있는 선수들을 향한 날 선 비난은 경기력에 대한 합리적 비판보다는 인간 개개인을 향한 인격적인 모독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문제인 상황이다.
특히 프로게이머의 경우 어린 나이부터 데뷔해 학생 신분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존재하는 만큼, 인신공격성 발언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실태조사를 보니 19세 미만의 저연령층 선수들이 전체의 20%에 달하고 평균 선수 데뷔 나이는 15세 안팎이다”며 “어린 시절 이런(비난) 댓글에 노출되면 사고가 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표한 바 있다.
대한민국은 2022년 게임산업 매출액 22조2000억원을 달성하면서 매출액 세계 4위를 기록했으며, 유명 e스포츠 대회에서도 항상 상위권에 위치하는 명실상부한 게임 강국이다.
하지만 성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단순 게임업계와 e스포츠 선수들의 노력뿐만이 아닌, 이를 즐기는 게이머들과 팬들의 성숙도가 뒷받침 되어줘야 한다.
스포츠는 선수만 존재할 수도 없고 팬만 존재할 수도 없다. e스포츠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반드시 밑바탕에 자리 잡아야 한다.
선수들이 팬들의 사랑에 대한 고마움을 알아줘야 하는 것만큼, 팬들 역시 이성적으로 경기를 관람하고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는 등 침착한 태도를 유지해 선수들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