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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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외면한 탄핵·고발전이 대립 부추겨
신축 상가를 보면 인적은 끊기고 매물정보만 창에 덕지덕지 붙인 부동산 중개업소가 널려 있다. 지난해 대출 규제에다 탄핵 정국이 겹쳐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상가 모습이 썰렁하다. 새 학기를 앞두고 있지만 매기는 격감하고 전세 거래마저 위축돼 한파가 길어질 조짐을 보인다. 대출 원리금이나 계약 만기에 이른 전세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집도 적지 않다. 지난해 전국 주택경매 진행 건수는 전년보다 37% 늘어 9만4천여 건, 휴·폐업 공인중개업소는 1만5천여 곳에 달했다고 한다. 올들어 경기가 더 위축돼 당분간 풀리기를 기대하기 난망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로 크게 충격을 받은 외환시장과 국내 증시가 빠른 계엄 해제와 한덕수 총리의 대통령 대행 체제로 안정을 찾아가나 싶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국회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한 한 대행을 내란 동조 등 이유로 탄핵하고 대행의 대행을 이어받은 최상목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도 툭하면 탄핵하겠다고 겁박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비협조적이며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양곡관리법 등 8개 법안을 다시 거부했다는 이유로 최 대행을 거칠게 압박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입으로는 경제 안정을 노래하면서 대한민국을 가장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범이 바로 최상목 대행”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탄핵소추안 29건을 발의해 13건을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과 한 대행, 법무 국방 행정안전장관, 방송통신위원장, 서울중앙지검장 등등 요직을 망라했다. 무더기 탄핵에 헌재는 탄핵 사유가 너무 모호한 경우가 포함돼 각하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민주당은 국회운영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비상계엄 현안 질의에 나오지 않은 정진석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 22명에 대해 고발을 의결했다. 비상계엄 이후 민주당이 범여권 인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고발 건수가 최소 80건을 넘는다고 한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 역시 지난 3일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를 무고·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페이스북에 “저희 당과 국수본 간의 메신저 역할을 하느라 전화기에 불이 나고 ·…” 글을 올린 이상식 민주당 의원도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고발 대상에 올랐다.
외환위기 극복한 화합 되새겨야
비상계엄으로 충격에 빠진 국정을 정치권이 나서 수습하기는커녕 탄핵 남발로 혼란을 부채질하고 고발 전쟁으로 오히려 갈등을 키웠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입에서는 “윤석열은 사형선고 받을 것”이라는 악담이 터져 나오고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충돌로 진영 대립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설 대목을 앞두고 있지만 소비심리 위축으로 체감경기는 얼음장 같다. 정치권이 국가적 위기 속에 탄핵과 고발 등 겁박을 동원해 차기 대통령 선거를 계산한 마구잡이 공세에 집착하는 모습이니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1월호’에서 “최근 대외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 심리가 악화돼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정치로 인한 경기 하방 위험이 크다는 진단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민심은 여당을 외면하고 민주당으로 기울어 그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가 싶었으나 얼마전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한길리서치 등 주요 여론조사에서 여야 지지율이 거의 대등하거나 초박빙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달 13~15일 실시한 엠브레인퍼블릭 등 4사 공동 여론조사는 오차범위 안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의 탄핵 겁박 등 무리수에 중도와 보수층이 결집하는 역풍이 불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미 정권을 틀어쥔 듯 착각해 위세를 떨지만 극단 지지층을 제외한 민심은 냉정하게 행적을 지켜보고 있다. 차기 대통령감으로 이재명 대표를 보는 여론에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여실히 드러난다. 경제 위기로 온 나라가 걱정에 빠졌을 때 이를 극복하는 유연한 리더십과 역량을 국민은 기대한다. 정적을 쳐내는 보복과 독선이 아니라 상대를 포용, 화합으로 이끄는 능력을 원한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반전의 기억이 아쉽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