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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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국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종전 협상을 벌이는 미국이 이젠 다자 외교무대에서까지 ‘친(親)러시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G7의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 성명에서 전쟁 발발의 직접적인 원인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aggression)이라는 표현 사용에 반대하며 ‘우크라이나 분쟁’이라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G7 정상들은 오는 24일 화상으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하는 문제도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G7 회원국의 한 고위 당국자가 의장국인 캐나다가 그동안 G7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성명에 사용된 표현을 유지하는 성명 초안을 회람했지만, 미국이 해당 초안에서 ‘친우크라이나’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을 모두 삭제했다고 전했다.
이는 곧 러시아를 침략자로, 우크라이나를 전쟁 피해자로 규정하려는 것을 아예 폐기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G7 성명에서 ‘러시아의 침공’은 물론 러시아를 겨냥해 ‘침략자’(aggressor)라는 표현이 수차례 포함됐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행보다.
이날 사안을 아는 한 G7 관계자는 FT에 “우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구분(distinction)이 있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주장하고 있다”며 “그들은 동일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해당 용어’(that language)를 막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러한 용어를 사용하기 위해) 진행 중이며 합의를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최근 종전 협상을 통해 친러시아 색채를 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책임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러 고위급 대화 결과를 전하는 보도자료에서 전쟁을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미국은 유엔총회가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도 소극적인 입장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50개 넘는 국가가 결의안에 이름을 올렸지만, 미국은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관한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전쟁 책임을 돌리며 “독재자”, “4% 지지율의 대통령” 등 원색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솔직히 키이우에서 나온 일부 수사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모욕은 용납할 수 없다”며 “대통령은 지금 젤렌스키에게 매우 실망한 상태다. 그는 우리가 제공한 기회를 걷어찼고, 협상장에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희토류 지분 50% 제공 요구를 거부한 것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