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정치권에선 자기들의 입맛 기준에 맞춰 세대 간 갈라치기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자기 편에 표를 주지 않는 연령층 세대를 폄하하거나 조롱하기도 한다.
 
어느 유력 대선 후보가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아 보이는 노인들을 겨냥, 투표소에 나오지 말고 집에서 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가 혼쭐난 일이 있었다.
 
유명 작가로 행세하고 국회의원 장관도 지낸 O모씨는 2023년 선거 때 이재명을 지지하지 않고 윤석열을 많이 지지한다며 젊은 세대를 쓰레기라고 매도했다. 그는 “60대 이상은 뇌가 썩는다”는 말도 했다.
 
과거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며칠 전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교육연수원장이라는 분은 2030 세대의 보수화 추세와 관련, “그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올 것이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하면 소수로 만들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 교수이기도 한 그는 “그들 스스로 말라비틀어지게 만들고 고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센 여론의 반발이 있자 당의 직책에서 물러났다.
 
계엄 탄핵 정국 전면에 나선 청년
 
2030 세대가 정치 전면에 나서 적극적 의사표시를 하는 현상은 근간에 드물었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 서부지방법원을 쳐들어가 아수라장을 만든 주축도 2030들로 알려져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열리는 윤석열 탄핵, 구속 요구 시위에도 젊은 사람들이 많다. 2030여성도 적극적이다.
 
강성 보수 유투버에 영향을 받은 2030 남성이든, 남녀 갈라치기에 반발하는 2030 여성이든 간에 어쨌든 젊은이들이 정치 일선에 나서서 자신들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하는 현상임은 부인할 수 없다.
 
엄동설한에 그들은 왜 거리로 나오는가
 
한국경제연구원(KDI)에서 오래 근무했고 국회의원도 잠시 한 윤희숙 경제학자는 요즘의 ‘2030 현상’을 최근 신문 인터뷰에서 “반(反)포퓰리즘 저항의 본격화‘라고 요약했다.
 
윤 씨는 ”퍼주기. 포퓰리즘이 먹히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경제 위기로 처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2030 세대의 울분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25만원 지원금‘처럼 현금을 살포하는 정치세력을 2030은 가장 혐오한다. 현재의 흥청망청이 자신들의 빚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명제에는 관심 없다. 꼰대 질문이다. 그들은 ’공정한 게임의 룰‘을 원한다.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 간섭 받기도 싫다. 그들은 실용적이고 원리원칙을 중시한다.
 
그러면서도 2030은 낙관적이다. 가난을 모르고 자란 세대다. 자유로운 해외여행과 해외연수 유학에 그들은 글로벌화 돼있다.
 
2030 의식 세계의 한 단면을 ’원영적 사고‘가 잘 보여준다.

빵집 앞에서 맛있는 걸 사려고 긴 줄 오랜 시간을 기다렸으나 바로 자기 앞 순서에서 원하던 제품이 동났다.
 
앞 사람이 몽땅 사가는 바람에 난감하다. 이때 원형은 이렇게 말한다. ”아 ! 그래서 나는 갓 구운 맛있는 빵을 먹게됐다“
 
이런 에피소드가 젊은이들 간의 SNS에선 이른바 ’원형적 사고‘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기성세대였다면 어떤 현상이 빚어질까. 타인 고려 없이 자기만 몽땅 사가는 ’얌체‘라며 당장 욕설이 나올거고, 장시간 기다린 게 억울해 못견뎌 할 것이다.
 
왜 2030이 미래이고 희망인가
 
20대 30대 40대 ... 70대 80대, 이렇게 많은 세대가 지금 공존한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90세라고 할 때 20대는 70년, 30대는 60년을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유권자 세대 중 2030이 가장 오래 이 사회를 지탱하고, 책임져야 한다.

책임도 그들에게 가장 크게 주어지고, 의무도 가장 많이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30이 주역 중의 주역이고, 미래이다.
 
그런 미래 세대가 자신들의 미래를 직시하고, 정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건 당연하고 옳다.
 
특히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에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건 긍정적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다
 
지금 당장 빚어지고 있는 대통령 탄핵과 관련, 2030도 갈려있고 남녀로도 생각이 다른 현상은 시간이 가면 한 방향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비록 남녀 갈라치기 정치가 빚은 여성 2030들의 반기, 강성 보수 유투버들에 영향받은 일부 남성 2030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청년세대의 건전한 정치 의식화를 믿고 기대해 본다.
 
지금과 같은 저급(低級)한 정치 문화를 업 그레이드 할 주체는 역시 2030이다. 2030의 어깨에 자신들의 미래, 우리 모두의 미래가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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