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승리 경제산업부 기자
▲ 서승리 경제산업부 기자
“1.8%”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나라의 우울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다. 
 
이를 두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도 성장률 1.8%가 되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의 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는 동시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대비 0.4%p 내린 1.5%로 제시했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국내 성장률을 각각 1.8%와 1.6%로 전망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주요 경제 지표들을 살펴보면 주요 경제 기관들의 성장률 하향 조정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며 올해 1월 2.2%로 집계됐다. 최근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원·달러 환율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며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해 물가를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까지 국내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한은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기존 800억달러에서 750억달러로 낮춰 잡았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실기론’ 등을 언급하며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등의 미흡함이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 봐야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심각한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는 잠시 반등했으나, 감소세는 여전히 지속되며 5년 동안 45만명의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절벽’이 현실화된 상황이다.
 
특히, 부양이 필요한 고령 인구 비율은 증가하는 동시에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감소하는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 가계의 자본시장 자산 보유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생산성이 감소하는 인구구조가 심화되는 경우 국가채무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처럼 인구구조와 관련한 리스크가 팽배한 상황에서도 뾰족한 해결책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실효성에 물음표만 찍히는 출산율 정책 등만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기준을 부부 합산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대폭 완화한 결과 대출 신청이 폭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해당 정책이 실질적인 출산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오히려 가계부채 부담 증가와 부동상 시장 자극 등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출산율과 직접적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대의 성장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구구조 외에도 구조 개혁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도 절실한 상황이다.
 
이창용 총재는 국내 경제 상황과 관련해 새로운 산업의 도입 없이는 저상장 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구구조로 노동력도 감소해가는 상황에 기존 산업들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새로운 성장 발판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성장동력 없이 당장 통화정책으로 돈만 풀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외부 에너지 공급 없이도 영원히 작동하는 ‘무한동력 장치’를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실효성 없는 인구구조 정책과 신규 산업 발굴에 대한 의지가 없는 상황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냉철하게 직시해 본질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었을 당시 우리나라는 대대적인 경제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바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해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IT산업을 적극 지원한 결과 많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등 빠르게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구조개혁은 언제나 괴로운 과정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이미 낡아버린 우리 경제 구조는 성장률 제고를 목표로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산업과 정책, 세금 및 금융 제도 등 경제 재도약을 위한 전반적인 혁신이 절실한 시기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감내하는 구조개혁이 없다면 아마도 0%대 성장률이 우리나라의 미래 주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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