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외대 재학생과 졸업생 일부가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정문 앞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반 집회를 열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 28일 외대 재학생과 졸업생 일부가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정문 앞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반 집회를 열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한민국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이어 권한대행을 맡은 국무총리까지 탄핵되면서 정치적 혼란은 극으로 치닫았고, 체포 여부를 두고서 각 지지자 간의 갈등은 격화되었다.
 
결국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에 체포되고 구속 수감되는 등의 헌정사 유례없는 사태가 이어졌지만, 서울중앙지법이 이달 7일 윤 대통령이 낸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다시 혼란이 극심해졌다.
 
여기에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에 따른 윤 대통령의 석방을 두고서는 정치권에서까지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일련의 과정에서 정치, 사회 갈등이 극도로 커지면서 대한민국이 현재 아노미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각 정당은 당리당략에만 치중한 채 연신 비판의 목소리에만 치중하고 있고, 특정 유튜버나 지도자들은 극단적인 발언이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서슴치 않게 쏟아내고 있다. 또 일부 언론들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들에 대한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채. 날 것 그대로 보도하면서 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보도된 기사들이 다시 유튜브나 특정 지지층 지도자들의 입으로 퍼지면서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단초가 되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날 서부지법에서 폭동까지 일어나면서 법치주의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서부지법을 지키고 있던 경찰에게 소화기를 뿌리고, 법원 안으로 들어가 문과 기물들을 부수면서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는 모습은 놀라움을 넘어서서 두려움과 공포까지 들게 하는 대목이었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서도 당리당략만 쫓으면서, 경찰의 책임론을 운운하는 일부 정당의 모습은 국민들로 하여금 실소까지 자아내고 있다. 또 정치권에서도 조차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무차별적으로 발언하자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궁금증을 갖기 시작하면서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문제는 갈등이 광장을 넘어 일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대학교 앞에서는 각자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피켓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대립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에서는 헌법재판관의 집 주소가 공유되거나 협박하는 내용 등의 글이나 영상이 올라오면서 불안감마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아노미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은 현재 경제, 산업 전반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올해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대저건설, 삼정기업, 안강건설, 벽산엔지니어링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에 이어 스카이아이앤디가 사업 자금 마련의 어려움으로 대우조선해양건설 인수를 포기하자, 업계 전반에서는 ‘4월 위기설’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또 신선식품 외에도 원자재 가격 등이 상승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양배추는 이달 기준 포기당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50% 뛴 6121원을 기록했고, 계란 한 판은 이달 20일 기준으로 6500원을 돌파한 상황이다.
 
최근 한은이 발표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20.33(2020=100)로 전월과 큰 변동 없이 보합세를 보였지만, 농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3.6%, 1.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림수산품 중에서 사과와 감귤이 각각 20.4%. 14.7% 올랐고, 수산물 중에서는 물오징어가 20.5%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물가 상황 속에 외식 물가도 매섭게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대비 2.9% 올라 13개월 만에 최대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 물가도 3.0% 상승하며,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탄핵 정국 등으로 인해 정부의 물가 억제력이 약해진 틈을 타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그리드플레이션(greed+inflation·기업 탐욕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의 먹거리 지출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환경 변화 등으로 기업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각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에 나서면서 우리나라도 사정권에 들어온 상황이다. 이미 이달 12일부터는 미국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가 시행되면서, 쿼터제(수출량 제한)를 통해 연간 263만톤의 물량에 대해 무관세 적용을 받아온 한국도 예외 없이 25% 관세 적용을 받고 있다.
 
문제는 탄핵 정국 이후 3개월 동안 1400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고환율로 인해 수입에 의존해야 되는 원자잿값도 급등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한국신용평가는 해당 관세 조치로 국내 철강업계가 떠안아야 할 부담만 1조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고, 씨티는 연간 GDP의 0.11~0.22%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 상황이다.

이러한 트럼프발(發) 관세전쟁과 탄핵 정국 등의 여파로 R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
 
OECD는 최근 탄핵 정국에 따른 정국 불안과 내수 부진 등의 이유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5%로 대폭 낮췄고, AMRO(암로)도 지난해 12월 전망치보다 0.3%p(포인트) 하향한 1.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회, 경제, 산업 등의 전반에서 위기의 경고음이 연신 울리고 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답보만 거듭하고 있다.
 
특히 거대 야당은 경제 사령탑에 대한 탄핵안까지 발의하면서 국정 혼란을 더 키우고 있고, 일부 여당 의원들은 맹목적인 윤 대통령 옹호에만 집착하며 지지자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상황이다. 또 일부 인사들의 반민주적인 선동과 혐오 발언, 막가파식의 허위사실 발언 등은 이미 도를 넘은 지 오래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은 커지고 있지만, 내수 회복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1월에는 생산, 소비, 투자가 일제히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갈등 봉합과 화합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고, 산불, 홈플러스 사태 등의 해결해야 될 사회적 현안도 쌓인 상황이다. 이제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댈 시간이다. 더 이상의 당리당략만을 외치는게 아니라 진짜 일 하는 국회가 되어야 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