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이른 아침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출근 시민들은 평온하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삼삼오오 인근 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을 즐기는 직장인들의 모습 어디에서도 근심 표정이 없다.

 서민들의 삶터 재래시장은 평소대로 시끌벅적, 활기차다.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돼 야구팬들은 다시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 나라에 대통령 없어도 되겠네...” 석달 가까이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업무가 정지되고 대통령 대행 국무총리도 탄핵소추로 공석이어도 별 탈 없이 굴러간다고 보는 국민들의 목소리다.

 이 평온과는 달리 여의도 광화문 시청 헌재 앞은 연일 대통령 탄핵 찬반 시위로 대혼란이다.

 정치인과 참여 시민, 유튜버들의 날선 발언은 극단적이다. 험악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탄핵이 기각된다면 나라가 무법천지가 되고 망할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안철수 의원은 야당 대표를 향해 막말이다. “이재명 대표 이제 그만하고 정계 은퇴하라”

 거칠어진 집회에서 연일 쏟아지는 험악한 발언들을 듣노라면 섬뜩하다.

 “만약 헌재가 딴 짓을 하면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서 한칼에 날려버리겠다”(전광훈 목사)

 “탄핵이 기각된다면 제2의 계엄이 발생할 것” “내란 수괴가 희한한 법 해석으로 구속 면했다”(탄핵 반대파)

 불법 불복을 부추기고, 폭력이나 과격 행위를 선동하는 발언들도 난무한다.

 “내란 세력 완전히 박멸하자” “악의 무리들을 처단하자” “목숨 걸고 항쟁하자” “성전(聖戰)에 참전하는 아스팔트 십자군” “몇 몇 없애고 분신하겠다”

 이런 발언들은 일부 과격 시민들만 하는게 아니다. 유력 정치인들의 입에서도 서슴없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혼란 부추기는 세력, 혼란의 기원

 혼란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우선은 정치권이다. 자신들의 유불리(有不利)에 따라 그때 그때 말을 바꿔가며 비난하고 주장하는 게 일상이다.

 법원 판결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면 ‘정의가 살아있다’ 불리하게 나오면 ‘기울어진 부당한 판결이다’는 식이다. 여건 야건 똑같은 행태다.

 매일 정치인들 국회의원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며 시위하면서 시민들을 시위 현장으로 끌어들이려 애쓴다. 군사 독재 시절에나 봐왔던 단식 삭발까지 다시 등장한다.

 이쯤 해서 오늘의 대혼란이 어디에 기인 하는가 한번 살펴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말을 안듣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혼내려고 조국 추미애 박범계 등을 동원해 싸우다가 실패,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문 정부의 실정(失政)과 이 싸움의 결과물이 윤의 대통령 당선이다. 어떨결에 대통령이 된 윤은 자격 미달이었음이 이내 드러난다.

 정치 경험이 없는 대통령은 인사 실패, 야당과의 협치 소홀 등 정치력 부족으로 혼란을 자초한 측면이 많다.

 국민들은 윤을 대통령으로 뽑은 뒤 걱정이 됐는지 총선에선 민주당을 거대 야당으로 만들어 ‘적절히 견제하라’는 사명을 안겼다.

 민의(民意)도 패착(敗着)이었을까. 거대 야당은 이 민의의 엄중함을 배반했다. 

 입법 폭주와 그에 따른 거부권 주고 받기 릴레이, 30여 차례의 전무후무한 탄핵 남발과 그로 인한 국정 공백 등등 민주당의 횡포는 극에 달했다.

 이 와중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 선포라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질러 오늘의 대혼란을 자초했다.

 여기에다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는 장작불에 기름 붇는 역할이다. 정치 불신, 사법 불신을 가져온다. 

수습, 그리고 ‘악법도 법이다’

 지금의 상황이 생각하기에 따라 ‘대혼란의 출발점’이랄 수도 있고, ‘수습에 나서야 할 시점“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큰 명제였던 세 가지가 하나씩 정리되어 가고 있다. 한덕수 총리 탄핵소추 기각에 따른 업무 복귀로 일단은 행정의 큰 공백은 사라졌다.

 이재명 선거법 위반 2심 판결로 이제 대법원 최종심만 남겨둔  상태다.

 이제 윤 대통령 탄핵소추 헌재 판결이 남았다. 이도 머지않아 결론이 나리라 믿는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만약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실시되는 경우다. 이재명 대표의 대법원 판결 시기도 최대 관심사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여 야가, 그리고 둘로 갈라진 국민들이 법원과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느냐가 사태의 수습 국면에 관건이다.

 자신에게 불리하건 유리하건 상관 않고 사법부 판단을 받아들일지가 의문이다.

 양쪽이 법원과 헌재 판단을 수용하고 대혼란 국면 수습에 동참한다면 최선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라도 결정에 불복한다면 광장 정치는 장기화하고, 더욱 거칠어질 것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악법도 법이라는 법언(法彦)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론 이 과정에서 헌재와 대법원의 현명한 결정이 나와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길 바란다.

 그간 다소의 불신을 받아온 헌재와 사법부가 이 기회에 현명한 판단으로 국민 기대에 부응하고, 혼란 수습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평온한 것 같으면서도 대혼란 상태인 대한민국. 이 사태를 수습하는 데에 하늘에서 떨어진 현인(賢人)이 있겠는가.

 여건 야건 한 발씩 물러나 양보와 타협의 애국심을 발휘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특히 민중을 부추기는 행위만은 정치권이 해선 안된다. 광장 정치는 이제 거두자. 

 국민들 또한 이성을 되찾을 때다. 정치권이나 일부 선동 세력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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