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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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서울도시철도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건설공사 지하 안전영향평가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지점 인근은 지반이 연약하고 침하량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보고서는 시가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에 따른 지반 침하 위험성을 살피고자 지난 2021년 발주해 2023년 완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지점 인근인 939정거장 단층대 구간은 침하량이 비교적 커 굴착공사를 하거나 가시설을 설치·해체 공사를 할 때 정밀 시공이 필요하다고 적시돼 있다.
또한 해당 일대가 상수도관이 지나가고 굴착에 따라 지하수가 유입되기에 굴착공사 진행 시 지반 강도가 계속 떨어질 수 있는 ‘땅꺼짐 위험도 4등급’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터널을 시공하거나 가시설을 설치·해체 공사를 할 경우,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하고 계측 결과에 유의해 안전한 시공이 되도록 정밀 시공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사고 지역에 대한 지반 침하 경고가 여러 차례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1년 4월에 9호선 연장 공사 등으로 인해 지반 침하가 우려된다는 한국터널환경학회 공문이 서울시에 접수된 바 있다.
아울러 시도 자체적으로 해당 일대를 싱크홀 위험이 가장 높은 5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반면 현장 점검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지난해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를 계기로 지반 침하 위헙 지역을 대상으로 월 1회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키로 했으나 입찰 공고와 계약 등 행정 절차 문제로 이달까지도 해당 조사를 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사고로 목숨을 잃은 오토바이 운전자의 명복을 빈다”며 “앞으로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지하안전평가가 형식적인 평가가 아닌 실질적 평가가 되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을시 싱크홀 관련 긴급 전문가 간담회’에서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저번 연희동 싱크홀 사고 조사 때 서울시가 이를 은폐·축소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싱크홀 사고는 ‘강관 다단 그라우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한 부실 공사로 보인다”며 “지하안전평가 세부항목을 명확히 하고 적절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강동길 서울시의원도 “서울시가 전조 증상에 보다 민감하게 대응했더라면 결과는 전혀 달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4일 6시 29분께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교차로에서 직경 20m, 깊이 30m에 달하는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붕괴 직전 해당 도로를 통과한 운전자 1명이 경상을 입고,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싱크홀 아래로 추락했다.
이에 소방 당국은 즉시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운전자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에 착수했으나 싱크홀에 누수된 물과 흙이 섞인 상태로 고여 있어 구조가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사고가 발생한 지 17여시간 만에 오토바이 운전자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