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진 정책사회부 기자
▲ 김유진 정책사회부 기자
지난 2월 인천 서구 심곡동 소재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초등학생 A양이 끝내 사망했다.
 
사고 당시 A양의 어머니는 일터로 출근을 했으며, 아버지는 신장 투석을 위해 병원에 가 있었기에 방학 기간 중이던 A양은 집에 홀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화재 현장에는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라면을 끓여 먹은 흔적이 발견됐으며 텔레비전 뒤쪽에는 전기적 특이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A양의 가정이 수 개월간 공과금 체납 및 실업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위기 징후가 있었던 것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이 더해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A양은 지난해 9월 ‘e아동행복지원사업’의 위기 아동 관리 대상자로 5차례 분류됐으나 A양의 부모가 맞벌이하며 소득 기준을 초과해 복지 지원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달 21일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빌라 반지하에서 거주하던 50대 남성 B씨가 무직 상태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고독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집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문을 개방해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사망한 지 수 개월이 지난 B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B씨의 집 내부에는 소주병, 담뱃갑, 음식물 쓰레기 봉투 등이 널브러져 있었으며 우편함에는 각종 고지서와 공공요금 체납 고지서 등의 우편물 10여 개가 쌓여 있었다.
 
지난해 7월 강남구청은 B씨에게 ‘복지사각지대 발굴 대상 선정’ 안내 우편을 보낸 후 자택도 직접 방문했으나 B씨는 부재중이었다.
 
이후 같은 해 12월 B씨가 직접 관할 동주민센터에 전화해 “안내를 늦게 봤다”며 긴급복지지원제도를 두 차례 요청했으나 동주민센터 측은 “예산을 소진한 상태”라고 안내했다.
 
이 같은 사건이 지속 발생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복지 사각지대 지원은 기존의 정책 틀로 한계가 있어 새로운 복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기초생활보장법은 ‘빈곤이 사회적 책임이고 사회에서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으며 이전의 생활보호법과 달리 사회적 권리의 의미와 빈곤을 사회적으로 함께 해결하자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제도의 한계, 전달체계와 예산 부족의 문제로 인해 여전히 사회적 차별과 낙인이 발생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복지 사각지대 발굴 이후 돌봄과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연계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정부와 지자체가 가만히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 2022년부터 현재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기준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 소득의 절반을 현금으로 채워주는 소득보장 제도인 ‘디딤돌 소득’을 시행 중에 있다.
 
아울러 시는 ‘디딤돌 소득’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현행 소득 보장제도의 사각지대와 한계를 보완하고 새로운 취약계층을 포괄할 수 있는 미래 소득 보장제도를 마련할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우리 사회에는 돌봄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빈곤해지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빈곤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지원해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인천시교육청은 A양이 사고 직후 중태에 빠졌을 당시 주거비 및 생계비, 재해비, 의료비 등의 종합적인 지원 계획을 수립해 긴급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이 최근 각 군·구청과 교육지원청이, 행정복지센터와 개별 학교가 각각 협의체를 구성해 위기 가정 학생의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대응을 마련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정치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월 27일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마련된 법안에는 돌봄 부담을 떠안은 아동·청년과 사회적 관계에서 단절된 고립·은둔 아동·청년을 국가가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다만, 조금 더 빨리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유관기관과의 협업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촘촘히 발굴했다면 관련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자신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복지 신청주의’ 제도의 시스템 개편도 이뤄져야 사각지대를 비추는 빛이 더욱 넓어질 것이다.
 
정부와 유관기관과의 협력 강화, 시스템 개편, 제도 개선 등으로 위기 가정이 조기에 발견되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보다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필요성이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닌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 공감하고 하나 되어 발 벗고 나서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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