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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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프랑스 파리 형사법원은 유럽의회(EU) 예산 유용 혐의를 받고 있는 르펜 의원에게 징역 4년형과 함께 5년간의 공직 출마 금지를 선고했다.
다만 징역형 4년 중 2년은 집행유예이기에 나머지 2년은 실제로 복역해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법원은 벌금 10만유로(약 1억 6000만원)도 부과했다.
검찰은 르펜 의원이 유럽의회 경비를 이용해 자신의 정당인 RN의 당직자들을 ‘보좌진’ 명목으로 고용해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르펜 의원 외에도 RN 소속 인사 24명이 함께 기소되었으며, 모두가 조직적으로 유럽의회 자금을 사적으로 전용한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이들이 유럽의회 예산을 유용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움직였으며, 이는 공공 자금의 중대한 남용”이라며 “이런 범죄에 연루된 인사들은 즉시 공직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공직 금지 조치는 항소와 관계없이 즉시 발효될 수 있기 때문에 르펜 의원의 2027년 대선 출마는 사실상 좌절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함께 RN 정당 자체에도 200만유로(약 32억원)의 벌금이 부과됐으며, 그 중 절반은 집행이 유예됐다.
앞서 프랑스 검찰은 지난해 11월 공판에서 르펜 의원에게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 피선거권 5년 박탈과 함께 벌금 30만유로(약 4억8000만원)를 구형한 바 있다. 당시 르펜은 모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프랑스 정계 안팎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르펜은 지난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결선까지 진출했으며 여전히 보수 및 극우 지지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인물이자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유력 후보로 꼽히던 만큼, 향후 극우 진영의 대선 전략에도 큰 혼선이 예상된다.
국민연합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성명을 통해 “마린 르펜은 부당하게 처벌받았다”며 “이는 프랑스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이자 정치적 사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르펜 측은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현행법상 공직 금지 조치가 즉시 효력을 발휘할 경우 항소 결과와 무관하게 2027년 대선 출마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번 르펜 의원의 피선거권 박탈을 두고 “매우 큰 문제(very big deal)”라며 감정 이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르펜 의원의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많은 사람이 그녀가 무엇에 대해서도 유죄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녀는 5년간 (대선) 출마가 금지됐는데, 그녀는 유력 후보였다”고 언급한 뒤 자신이 대선 때 4차례 형사 기소됐던 상황 등을 빗대 “이는 매우 이 나라(미국) 같다”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