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은 7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성 공급 등 필요한 조치가 언제든지 취해질 수 있도록 약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 준비와 집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김 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 회장 및 금융협회장들이 참석해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영향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오는 9일 예정되어 있는 미국의 무역 상대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와 관련해, 미 상무부는 협상을 위해 상호관세 부과를 연기하거나 유예할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으며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지난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국내외 경제·산업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다음 정부 출범까지 남은 2개월간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금융이 본연의 기능을 더 충실히 해 시장 안정을 유지하고 금융중개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지주사와 정책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기업 등 실물 부문에 대한 자금 지원에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미국 상호관세 부과로 인해 직접 영향을 받는 수출기업은 물론 협력업체들의 경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현장에서 거래 기업들의 상황과 영향을 밀착 점검하고 필요 자금공급과 지원이 적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히 챙겨달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 준비와 함께 글로벌 통상전쟁에 대응하고 국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기존에 발표했거나, 현재 추진 중인 정책들은 당초 계획과 일정대로 차질 없이 추진해 시장 신뢰를 확고히 해 나갈 것”이라며 “다시 한번 금융이 제 역할을 해야 할 때인 만큼 오늘 참석한 여러분들의 적극적 협력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 지원에 나서고 있다.
앞서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3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6조3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주요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운영 중인 ‘주거래 우대 장기 대출’의 한도를 3조원 증액하고 이에 더해 3조원 규모의 금리우대 대출을 신규로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자영업자의 금융 부담 경감을 위해 최대 1.9%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3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공급할 예정이다.
KB금융그룹도 이날 미국발 관세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총 8조원이 넘는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이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운영되던 ‘영업점 전결 금리 우대 프로그램’ 한도가 기존 1조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국가 주력 전략 산업에 포함되는 중소기업을 위한 ‘한시 특별 금리 우대 프로그램’도 3조원에서 5조원으로 늘어난다.
우리금융그룹도 이날 임종룡 회장 주재로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및 수출기업 지원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